[이슈분석] '승부사' 김정은 vs '협상가' 트럼프 앞에 놓인 운명의 세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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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9-02-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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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최상 시나리오…김정은·트럼프 통 큰 합의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 빅딜' 합의

  • ②최악 시나리오…판 깨질 가능성↓, 1차 수준의 '모호한 합의' 회의론 불가피

  • ③제3 시나리오…미들딜 '대화 국면' 지속할 듯, 스몰딜 땐 '트럼프 비판론' 대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검증 가능한 비핵화냐, 모호한 합의냐.'

'세기의 핵담판'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오르면서 '승부사'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할 수 없는 끝장 승부를 펼친다.

26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관전 포인트는 이른바 '하노이 선언'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다. 위기와 순항을 가르는 변곡점은 '영변 핵시설 폐기+알파(α)'다. 북핵의 단계적 폐기로 가닥 잡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 큰 합의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두 정상이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우여곡절 끝에 담판에 나서는 만큼, 판을 깰 가능성은 작다. 다만 '모호한 합의' 내지 '낮은 수준의 합의'에 그친다면, 미국 매파(강경파)를 중심으로 비핵화 회의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 경우 남북과 북·미 관계는 선순환이 아닌 제약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비핵화에 사인하면 빅딜 완성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미가 '영변 핵시설 폐기+α'를 골자로 하는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합의문에 담는 것이다. 영변 핵시설은 북핵의 심장부로 꼽힌다. 고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과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협상 카드로 영변 핵시설 이외에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풍계리 핵실험장 등을 꼽는다. 이에 걸맞은 미국의 상응조치는 종전선언을 비롯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연락사무소 설치, 일부 제재 유예 등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이외에 다른 카드를 내놓고 미국이 경제제재 완화 조치를 내놓는다면, 빅딜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제1차 세기의 핵담판 직전까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만이 용납할 수 있는 결과"라며 북한을 압박했다.

이후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꺼냈다. 최근에는 북핵 동결 개념인 선(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봉인(CVC)'이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만큼 미국 내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주동적 비핵화' 명목하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다. 외교 소식통은 "자발적으로 핵 폐기를 추진한다는 것"이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독자적 핵폐기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기의 핵담판'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오르면서 '승부사'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할 수 없는 끝장 승부를 펼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모호한 합의 재탕 땐 회의론 불가피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미 정상이 판을 깨는 '완전한 실패'다. 가능성은 극히 낮다. 양국의 특사 격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지난 21일부터 세기의 핵담판 '의제'를 놓고 협상한 만큼, 어느 정도의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싱가포르 회담 수준의 '모호한 합의'다. 앞서 북·미 양국은 지난해 6·12 정상회담에서 Δ관계 정상화 Δ평화체제 구축 Δ비핵화 등의 수준에서 합의를 마무리했다.

북·미 정상이 이번에도 싱가포르 회담 수준의 총론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다면, 비핵화 회의론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 양국이 '비핵화 정의'부터 합의에 실패, 향후 핵담판의 험로가 예상된다. 

미국 강경파를 중심으로 핵 동결은 "비핵화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북·미 양국이 또다시 모호한 합의에 그칠 경우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북한보다는 트럼프 정부에 타격이 크다는 얘기다.

◆'거래 달인' 트럼프, ICBM 해체 딜 하나

제3 시나리오는 '미들딜'과 '스몰딜'이 있다. 미들딜은 영변 핵시설 검증·폐기와 함께 향후 비핵화 시간표 정도만 합의하는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북·미 대화 국면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경제협력의 문도 닫히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스몰딜이다. 이는 핵·미사일 동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반출 금지 등과 대북 제재 일부 완화를 교환하는 수준의 협상이다.

미국 내 매파 내부에선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ICBM 해체만을 조건으로 김 위원장과 딜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더 많은 양보를 하는 합의문이 도출한다면, '트럼프 비판론'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스몰딜의 경우에도 구체적 로드맵 제시 여부에 따라 세기의 핵담판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스몰딜의 각론 여부가 세기의 핵담판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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