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김정은 전용열차 中 관통해 남하…2가지 숨은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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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2-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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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흘째 열차 탑승중, 26일께 베트남 도착

  • 개방의지 피력, 베트남 향한 유화 제스처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전용 열차가 귀국하기 위해 베이징역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전용 열차를 타고 중국 내륙을 가로질러 남하하고 있다.

예상 밖 열차편 선택의 배경으로 경호상 안전 문제가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중국 측에서는 개방 의지 피력,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 열차는 25일 밤 늦게 광시좡족자치구의 난닝과 핑샹을 거쳐 베트남 국경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경을 넘어 베트남 동당에 도착한 뒤 입국 수속을 마치는 시점은 26일 새벽께로 예상된다. 동당에서 하노이까지는 승용차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지난 23일 오후 평양을 출발해 오후 9시30분께 북·중 접경인 단둥을 통과했다.

24일에는 베이징을 거치지 않고 톈진, 허베이성 바오딩과 스자좡 등을 지났다. 이날도 오전 후베이성 우한과 후난성 창사를 차례로 통과하며 남하하는 중이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로 향하면서 3시간 반 가량이면 도착하는 비행기 대신 이틀 반이나 걸리는 열차를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표면적 이유는 경호상 안전과 편의성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방탄 기능과 최신 통신설비를 갖췄다.

열차에 머무는 시간 동안 동승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김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과 협상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열차가 비행기보다 경호나 보안 등 기술적 차원에서 더 안전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라며 "1차 북·미 정상회담 때 중국이 빌려준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이동한 것에 대한 여러 의견도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김 위원장이 개방 의지를 대외적으로 피력하기 위해 언론 등을 통해 장시간 노출될 열차편을 선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왕쥔성(王俊生)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부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이번 베트남행은 북한의 발전 의지와 개방형 외교적 태도를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열린 북한 노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사회주의 경제 발전과 인민들의 생활 수준 제고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했다.

왕 부연구원은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유리한 국제 환경과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해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 밀접하게 연락하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 베트남 간의 소원해진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7년 베트남 국적 여성이 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양국 관계는 단교 직전까지 경색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지난 1958년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열차편으로 중국을 종단해 광저우에 도착한 뒤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로 향했던 동선과 유사하다.

당시 김일성은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치민 주석과 회담했고, 김 위원장도 베트남 체류 기간 중 응우옌 푸 쫑 국가주석 등 수뇌부와 회담한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주간지 랴오왕은 "김 위원장이 베트남으로 가는 것은 양국 간 소통과 우호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 15일 "사회주의 국가와의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북한) 당과 정부의 대외 정책 중에서도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향하는 경유지가 된 중국은 역할론을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평을 통해 "중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며 "김 위원장이 중국 북부에서 남부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북한이 새로운 노선을 형성하는데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며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의 추동자이며 이해당사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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