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위기 자초한 불통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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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1-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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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불통 리더십'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2년간 독단적이고 충동적인 정책으로 일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취임 직후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폭탄관세 부과, 이란 핵협정 탈퇴 등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대외 정책을 펼치며 혼돈의 시대를 열었다. 트위터 사랑으로 유명하지만 소통 창구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정책 홍보장에 가깝다. 최근에는 멕시코 장벽 건설을 강요하다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를 맞았다. 오는 20일 집권 2주년을 맞이하지만 역대 최장기 셧다운으로 인한 불만과 혼란이 증폭되고 있어 축하는커녕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혼돈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예외는 아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혼란을 수습할 구원투수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가 EU와 도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도리어 영국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안팎의 비판에 눈 감고 EU와 만든 브렉시트 협상안을 밀어붙였다가 집권여당까지 등을 돌리면서 하원에서 역대 최대 표차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는 굴욕을 맛보았다. 연이은 불신임안 표결에서 기사회생했지만 리더십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프랑스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던 정치 샛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취임 2년 만에 불통 리더십의 후유증을 톡톡히 겪었다. 서민들의 생활과 동떨어진 경제 정책을 추진하다가 ‘부자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고, 구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에게 “길 하나만 건너면 일자리가 깔렸다”고 말하는 등 공감 능력이 부족한 모습으로 빈축을 샀다. 성난 민심이 촉발한 노란조끼 시위는 정권퇴진 운동으로 확산됐고 파리 도심에서 심각한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최근에서야 사회적 대토론을 열면서 불통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등 새해 들어 부쩍 소통 행보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경제 성과도 잘 나오지 않는 것이 현 정부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소통은 불통이나 다름없을 터다. 진정성 있는 정책과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언제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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