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잇따라 터지는 체육계 성폭행 '신드롬'

김기완 기자입력 : 2019-01-16 06:00
마녀사냥식 여론재판… "체육계 미투 바람, 충분한 취재 선행 돼야"

 [전국부/김기완 기자]

"그 아이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결코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시합 할 때 아이들이 지쳐있으면 정신차리라고 겨드량이를 꼬집은 것도 사실이고, 허벅지를 꼬집은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지도자로서 메달에 대한 욕심이었지만, 아이들이 좋지 않게 느꼈다면 20년 전 일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의 주장이 맞을 겁니다. 하지만 20년 전 당시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행(전례)이였고, 성추행 이라던가 성폭행은 절대로 없었습니다. 하늘에 맹세코 이것 만은 꼭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관련기사, 2018년 3월30일, 4월18일 보도]

이는 평생을 태권도인으로 살아왔던 강성일 전 대한태권도협회 이사가 죄의 유·무를 떠나서 자신과 동생의 가정을 위기에 처하게 했다는 자책감에 눈물을 흘리며 발언했던 내용이라고 동생은 전했다.

<아주경제> 취재결과 확인된 사실이지만 그의 가족은 태권도 가족이다. 이미 고인이 됐지만 강 전 이사의 아버지도 태권도인이었고, 동생 역시 현역 태권도체육관 사범이다.

지난해 3월 한 여인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수 십명의 기자들 앞에서 20년 전 강 전 전무의 체육관을 다니면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등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당시, 강 전 전무는 대한태권도협회 이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강 전 전무는 현재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 당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A여인이 기자회견으로 주장했던 20년 전 사건은 신문·방송에 연일 보도됐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성폭행 사태로 워낙 미투 열풍이 뜨거웠던 시점이라 여론재판에서 뭇매를 맞고, 법리적 해석에서 공소시효 논란이 있었지만 사법부는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의 법 감정 등을 감안해 사건을 접수받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재판은 계류중이다. 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큰 소용돌이가 치겠지만,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강 전 전무의 주장대로 20년 전 국내 체육계는 사실상 훈련이라는 명분으로 기합 등 체벌이 일상적이었다. 특히 격투분야 스포츠는 그 정도가 더욱 높았다는 것이 원로 스포츠인들의 증언이다.

예컨대, 20년 전 학교교육 현장은 심하다 할 정도로 체벌이 이뤄졌던 게 당연시됐던 그런 시대였다. 그 만큼 스승의 권위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선 안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하늘 같이 높았다. 학생인권을 부정하는 것도, 그렇다고 교사들의 불합리한 교권을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강 전 전무의 행동이 결코 옳았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법리적 판단 이전에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마녀사냥식 검증안된 정보로 여론재판에서 많은 체육인들이 매도당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10년, 20년 전 관행으로 이뤄졌던 행위들이 현행법으로 판단되거나, 합리적 의심이 배제된 채 검증안된 의혹으로 판단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20년전부터 현재까지 반복된 체벌 또는 성적 행위에 있어선 현행법을 적용해 처벌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허나 현역에 있는 많은 지도자들이 요즘 같은 사회분위기에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이름이 올려질까봐 늘 노심초사 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체육계 지도자들은 "혹시 여성 제자들과 몸이 부딪히거나, 스쳤던 적은 없었나 고민해 본다."고 한다. 제자가 기분이 나뻤다면 당장이라도 사과를 한다는 것이다. 유명인들의 사건·사고가 매스컴을 타면서 이미 사회는 지능적으로 변질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종시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 내 태권도 지도자들은 100여명에 가깝다. 현 사회적 분위기 잣대로 그들을 검증한다면 사실상 문제가 되는 체육관은 분명히 도출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100여명의 사범들이 제자들을 악의적으로 체벌하고, 피치못할 터치로 성추행범으로 몰린다면 어떨까.

사법부의 판결 이전에 '무죄추정의원칙'이 망각된 채 명확한 팩트없이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은 과연 올바른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존경받는 사범들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어서다.

악의적 범죄라면 반드시 처벌해야 맞지만, 피치못할 또는 부득이한 최소한의 관행적 지도는 태권도의 특성상 불가피 하지 않을까. 다수의 태권도 사범들은 자신의 제자가 건강하고 훌륭한 인성을 갖춘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분위기에 떠밀려 충분한 취재와 증거 확보가 안된 상황의 인민재판에 가까운 마녀사냥은 지양 돼야 한다.
어린이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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