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프레디 머큐리, 변방이 만든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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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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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머큐리 1985년 공연 모습[사진=AP연합뉴스]


1970년대 영국을 '두 명의 여왕이 존재했던 시절'이라 부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세계적인 록밴드 퀸(Queen)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왜 영국에 두 명의 여왕이 존재했다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영화에는 "누군가 퀸을 모른다고 하면 발을 두번 구르고 박수를 한번 치는 것을 반복하게 하라. 그럼 떠오르는 노래가 퀸의 노래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당시 하늘을 찔렀던 퀸의 인기가 이 정도였다.  

퀸의 또 다른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가 작곡했다. 프레디는 "세 곡을 만들려던 걸 하나로 합쳤다"며 작업 비화를 공개했다. 그래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뮤지컬 공연을 보듯 록과 오페라 등 여러 장르가 혼합돼 있다. 노래 가사 일부분인 "엄마, 방금 한 남자를 죽여 버렸어요"라는 내용을 두고 지금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아버지를 죽였다거나 프레디의 성 정체성을 고백한 것이라는 해석들이다. 또, “엄마, 인생은 막 시작됐는데, 지금 내가 다 내팽개쳐 버린 거예요”라는 부분은 굳이 해석을 하지 않아도 좌절을 느껴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프레디의 호소력 짙은 음성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그의 노래가 인종과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폭넓게 사랑받는 이유는 프레디가 차별과 소외를 받으며 성장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디는 영국 식민지 관리였던 인도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핏줄은 무슬림에 쫓겨 페르시아에서 인도로 피신한 소수종교 집단인 조로아스터교도의 후손이다. 어린 시절 영국의 식민지였던 잔지바르에서 자라 영국으로 건너왔다. 영국에 정착한 뒤에도 피부색과 외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놀림을 받았다.

프레디 머큐리가 뮤지션으로 명성을 얻은 이후에도 언론의 관심은 그의 성(性) 정체성에 집중됐다. 그래서 프레디는 자신의 에이즈 투병 사실을 숨을 거두기 하루 전에 발표해야 했다. 프레디는 인종, 지역, 성적으로 소외 받았다. 그는 늘 변방에 있었다.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저서 '변방을 찾아서'에서 "오리엔트의 변방이었던 그리스·로마, 그리고 그 변방에는 합스부르크와 비잔틴이 있다"고 했다. 또,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은 그 중심이 부단히 변방으로 이동해 온 역사"라고 주장했다. 변방에서 시작하지 않은 문명은 없으며, 누구도 변방이 아니었던 사람은 없었다는 얘기다.

신영복 선생은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변방의 존재이기도 하며 변방은 다름 아닌 자기 성찰"이라고 했다.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변방에서 중심지로 이동하는 여정이었다. 지금도 그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퀸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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