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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한·베트남 수교 26년’ 성과와 과제

안경환 한국베트남학회 회장(조선대 교수)입력 : 2018-12-06 05:00수정 : 2018-12-06 05:00
"92년 선린우호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격상" "한국 사회 발전 위해 다문화가정·베트남 유학생 지원 필요" "한류 넘어 '비엣류(越流)' 창조 통해 문화 교류 확장해야"

[안경환 한국베트남학회 회장(조선대 교수)]


올해는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 26주년이 되는 해다. 동남아 한류의 진원지인 베트남은 ‘신(新)남방정책’의 핵심 거점 국가다. 베트남은 아세안의 상생과 번영의 축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지리적으로 6억3000만명이 살고 있는 아세안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 면에서도 1억명에 육박하고 있고, 한국의 3위 교역국이자 제1 투자국으로 생산기지이자 소비기지로서 한국경제 재도약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베트남 관계는 1992년 12월 22일 외교관계 정상화 당시 수립한 선린우호관계에서 시작해 2001년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2009년에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미국과 맺은 '포괄적 전략적 동맹 관계' 다음으로 중요한 외교 관계다.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1128년 베트남의 이씨 왕조(1009~1225) 4대 인종의 양자인 이양혼 왕자가 국난을 피해 북송을 거쳐 고려시대 경주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그로부터 시작된 두 민족 간 혈연의 역사가 890년간이나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1992년 한·베트남 외교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6000여개 업체에 달하며, 교역규모는 2017년도 기준으로 6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1992년 수교 당시 5억 달러 규모에서 25년 만에 120배나 성장한 것이다. 이제 한·베트남 수교 26년을 맞이해 발전적인 관계 구축을 공고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내 베트남 다문화가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2018년 4월 30일 기준으로 다문화 가정을 포함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은 18만3088명(남성 8만9918명, 여성 9만3170명)이다. 전체 외국인 가운데 8.09%를 점유하고 있으며, 중국인에 이어 둘째로 많다. 이들이 한국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며, 한국과 베트남 국민 간에 깊은 신뢰와 우정을 쌓는 지름길이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 교육 문제, 고부 간의 문화적인 갈등, 언어소통의 불편함으로 인해 겪게 되는 의료시설 이용의 어려움 등을 해결해 줌으로써 이주 여성들의 한국사회 안착을 돕는 것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길이다.

◆국내 베트남 유학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국내 베트남 유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기준 베트남 유학생은 2만7500명으로 2012년 3200명에서 8.5배 증가했다. 통계를 보면 베트남 유학생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어 관련 전공이 개설돼 있는 베트남 내 대학 수가 30개에 이르고, 3개 대학이 추가 개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으로 오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베트남에 6000여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어 취업이 잘되기 때문이다. ‘코리안 드림’을 갖고 한국을 찾아온 베트남 젊은이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장학 혜택을 확대하고 졸업 후 일정기간 취업비자를 발급해 주거나 베트남에 투자한 기업체에서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해 한국을 잘 이해하고 한국에 애정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학교가 협력해 유학생을 유치, 이들을 통한 경제사회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방한 베트남인에 대한 입국사증 발급 조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올해 한국에 입국한 베트남 사람은 38만2473명으로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베트남 영사사무실 앞에는 한국 입국사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적시에 입국사증을 받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베트남 사업 파트너를 한국으로 데려와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인들에는 입국사증을 주선해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외국인 불법체류자 문제로 무조건 완화해 줄 수는 없겠으나 베트남의 대기업 임직원, 언론인, 공무원, 전직 고위관료 출신과 그 자녀들, 불법체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5년짜리 복수비자를 발급해 주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시 기간을 연장해 준다면 관광과 경제 교류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류의 열기가 식지 않도록 문화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은 베트남의 풍부한 천연자원 개발을 위해 에너지, 녹색성장, 과학기술, 노동, 문화, 관광, 인적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고 있다. 두 나라 관계의 변함없는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베트남은 K-팝, K-뷰티, K-푸드 등 한국 문화 전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미 수만명의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의 혼인으로 사돈관계라는 매우 독특한 관계가 형성돼 있어 상호 깊은 이해와 문화적인 연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지속적인 문화 교류 확대를 위해서는 K-팝, K-뷰티, K-푸드 등을 기반으로 V-팝, V-뷰티, V-푸드 등의 비엣류(越流)를 공동으로 창조해 나가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한류의 일방적인 베트남 상륙에 대한 베트남 지식인들의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반한(反韓) 감정이나 문화적인 갈등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중부 거점도시 다낭에 총영사관을 설치해야 한다

지난 9월 말까지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 수가 256만명에 달했고, 연말까지는 3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을 찾는 관광객이 2016년 154만명에 비해 두 배나 증가했다. 할롱만에 이어 최근 관광지로 주목을 받고 있는 중부 베트남의 거점 도시인 다낭은 베트남 국토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베트남의 남북을 잇는 물류 거점도시다. 한국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국인 유동인구가 일일 평균 5000여명 수준인 만큼 투자 기업에 대한 지원과 재외 국민 보호 차원에서 총영사관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다낭은 라오스의 해상 관문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동남아 동서경제 기점으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외교 관계 정상화 26주년의 성과를 보면, 외교 관계 수립 50주년이 되는 2042년에는 베트남과의 교역규모가 2000억 달러 규모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과의 선린우호관계를 공고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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