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가 만든 화해·치유 재단 해산…韓·日관계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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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8-11-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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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가부 "재단 해산 추진하고, 법적절차 밟을 예정"

  • 아베 "책임 있는 대응 바란다" 비판

정부가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한다고 공식 발표한 2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화해·치유 재단(이하 재단)이 21일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강제징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 이후 냉각된 한·일 관계는 상당 기간 살얼음판을 걸을 전망이다. 당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 정부를 향해 "책임 있는 대응을 바란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약 100억원)의 자금을 위안부 피해자에게 지원하기 위해 이듬해 7월 28일 공식 출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합작품'이 재단 출범 2년 4개월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셈이다.

◆朴-아베 합작품 마침표··· "졸속합의 제동"

여성가족부는 이날 "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재단 해산은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피해자 중심주의 위반' 결론을 내리면서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즉각 일본이 출연한 10억엔 전액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했다. 민간인 출신 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 전원 사퇴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주도로 재단 해산 시위가 잇따랐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월 아베 총리와 만나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들의 반대로 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단 해산을 시사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위안부 할머니와의 충분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위안부 졸속합의에 대해 바로잡고, 원칙적으로 일본 정부에 책임 있는 사과를 다시 요구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2015년 한·일 합의의 무효를 선언한 날"이라고 말했고,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김복동 할머니(92)는 "재단 해산이 너무 오래 걸렸지만 다행"이라고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화해·치유 재단이 21일 해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한·일 관계도 요동칠 전망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10억엔 처리 쟁점··· 아슬아슬한 '투트랙'

문제는 급속도로 얼어붙을 한·일 관계다. 재단 설립은 '일본 총리의 사죄'와 함께 위안부 문제 합의의 핵심으로 꼽혔다. 양대 축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의 처리과정에서 양국의 협상 실타래가 더욱 엉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생존피해자 34명(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시점 기준), 사망자 58명에게 치유금으로 총 44억원을 지급한 상태다.

지난 7월에는 10억엔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기조에 따라 양성평등기금 사업비 103억원이 편성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위안부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방안에 10억엔이 사용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면서도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단의 법적 해산까지 6개월∼1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이 기간 일본 측과 관련 협의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양국의 관계를 봉합할 '묘수'는 마땅치 않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10억엔을 일본 정부에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도 이날 "정부는 10억엔을 조속히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의 입장도 강경하다. 일본이 10억엔 수령을 거부한다면, 정부의 선택지는 한층 좁아진다.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유엔 등 국제기구에 성폭력 예방 기금으로 공탁하는 방법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일본 정부는 역으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당시 합의를 고리로 우리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재단 해산'과 '대북 공조'라는 문 대통령의 '한·일 투 트랙' 기조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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