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내는 싱가포르 ’포스트 리셴룽’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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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11-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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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P 전당대회로 4세대 지도부 '앞장'…찬춘싱 장관 후계자 유력

  • '내년 조기총선' 가능성도 확대…총선후 리셴룽 총리직 넘길까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사진=바이두]


싱가포르가 ‘포스트 리셴룽’ 시대를 준비 중이다. 2004년 취임해 15년째 총리를 맡고 있는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66)는 최근 들어 부쩍 조기 총선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때까지 차기 후계자를 육성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특히 리 총리가 이번 총선을 끝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해온 만큼 후계자가 누가 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周刊)은 최신호에서 지난 11일 치러진 싱가포르 집권여당인 인민행동당(PAP)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대대적인 세대 교체가 이뤄지며 리 총리 후계자 구도가 윤곽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리 총리 중심의 3세대 지도부는 4세대 젊은 지도부에게 사실상 바통을 넘겼다. PAP 최고 의사결정기구라 할 수 있는 중앙집행위원회 총 14명 중 PAP 당비서장을 겸임하는 리 총리를 비롯한 기존의 4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이 모두 4세대 지도부로 채워진 것.

여기엔 리 총리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찬춘싱(陳振聲) 통상산업부 장관(48)과 옹예쿵(王乙康) 교육부 장관(48)도 포함됐다. 특히 찬 장관은 이번 중앙집행위원회 선거로 선출된 14명 중 득표율 3위로, 4세대 지도부 중 가장 높았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후계자로 거론되는 찬춘싱 통상산업부 장관(왼쪽)과 옹예쿵 교육부 장관.[사진=바이두]


리 총리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이번이 다음 총선 전 치러지는 마지막 전당대회일 수 있다"며 "새 중앙집행위원회가 유권자 앞에 내놓을 당의 성적표를 개선하기 위해 막바지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 총리는 “우리는 차기 총선에서 확실히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리 총리는 이번 총선 이후 총리직을 후계자에게 물려줄 것이라며 조기 총선 가능성도 공공연하게 얘기했다. 싱가포르 총선은 원래 내후년인 2020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2019년은 싱가포르가 영국에 의해 1819년 국제무역항으로 개항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집권여당인 PAP로선 선거 분위기를 띄우는 데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PAP는 2015년에도 싱가포르 국부(國父)로 불리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 타계 이후 조성된 추모 열기와 싱가포르 독립 50주년에 따른 애국주의 물결 등이 집권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해 총선을 앞당겨 치렀다. 그 결과 의석 수 90% 이상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최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로서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외교·경제적 불확실성에도 직면한 상태다. 이에 따라 리 총리로서도 시대 변화에 적합한 젊은 지도자로 세대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리셴룽 총리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찬춘싱 장관이다. 군인 출신으로 육군 사령관을 지낸 천 장관은 2011년 정계에 입문했다. 조직력·동원력이 강하지만 거리낌없는 언행으로 줄곧 ‘총리 지위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통상산업부 장관에 임명된 후부터는 신중한 언행으로 공개석상에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려는 잦아들었다는 평이다.  또 다른 후보자 옹예쿵 장관은 리셴룽 총리의 개인비서 출신으로, 그동안 내각에서 다양한 보직을 거쳐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9년생 동갑내기인 찬 장관과 옹 장관 모두 중국계로, 싱가포르 명문 래플스고교를 나와 국비장학생으로 영국 대학에서 공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차기 총선에서 PAP가 얼마나 많은 의석 수를 점하는지 등이 후계자 계승 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싱가포르는 집권여당인 PAP가 의회 의석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사실상의 일당독재체제이다. 총리가 당비서장을 겸직하며 실권을 행사한다. 총리 임기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사실상 현직 총리가 후임자를 물색하는 형식으로 권력이 승계돼왔다. 싱가포르 초대 총리인 리콴유에서부터 2대 총리인 고촉통(吳作棟), 3대 총리인 리콴유 장남 리셴룽으로 총리직이 승계될 때마다 이런 관행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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