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보이스피싱 이용된 계좌에서 돈 인출하면 처벌

김성우 변호사(법무법인 진성)입력 : 2018-11-12 06:00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 “횡령죄 성립”
1. 들어가며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접수건은 1만 6,338건으로, 그 피해액만 1,769억이라고 합니다. 이는 지난해 대비 발생 건수는 54%, 피해액은 71% 증가한 수치입니다(2017년도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 1만 626건, 피해액 1,051억 원). 이처럼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보이스피싱 범죄 행위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수법이 교묘해지고 피해 정도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보이스피싱 범죄 행위가 늘어갈 수록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에게 본인 명의 통장을 대여하거나 도용당하여 2차적인 범죄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는 경우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판례는 바로 보이스피싱 범죄 행위에 사용된 통장 명의자와 관련된 판례입니다.

2. 사실관계

갑은 자신 명의로 개설된 예금계좌의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을에게 양도하였습니다. 을은 갑이 양도한 접근매체를 통해 병을 상대로 보이시피싱의 범죄 행위를 저질렀고, 을에게 속은 병은 갑 명의 예금계좌로 돈을 송금하였습니다. 갑은 병이 송금한 위 돈을 인출하여 임의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갑을 주위적으로는 전기통신금융사기죄의 방조범으로, 예비적으로는 병의 재물을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하였습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주위적 공소 사실인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방조에 대해서는 갑이 자신의 예금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될 것임을 인식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예비적 공소 사실인 횡령에 대해서는 갑이 을 또는 정과의 사이에서 사기피해금의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4. 대상판결 :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원심의 주위적 공소사실인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방조에 관한 판단에 대해서는 수긍하면서도, 예비적 공소사실인 횡령의 점에 대해서는 원심과 달리 갑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갑이 보이스피싱 범죄자인 을과의 관계에서는 위탁 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지만, 피해자인 병과의 관계에서는 위탁 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즉,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대법원은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에 대한 논거로 착오 송금에 관한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을 들었습니다. 위 판결은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 계좌에 자금을 착오로 잘못 송금・이체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칙상 수탁자의 지위에 있게 되고,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잘못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에 따라 피해자가 보낸 금원에 대해 착오송금과 같은 논리로 계좌명의자에게 수탁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한 것입니다.

5. 본 대상 판결의 의미

본 대상 판결은 타인에게 대여한 자기 명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었고, 계좌 명의자가 그 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경우에, 계좌 명의자가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방조범으로 처벌되지 않으면 별도로 처벌되지 않는 기존의 판례들을 뒤집었다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본 대상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향후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계좌를 대여한 자는 본인 명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될 것이라는 인식이 없었다하더라도, 본인 명의 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하여 사용한다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방조는 성립하지 않을지언정 횡령죄에 의해 처벌받게 될 것입니다.

6. 마치며

최근 법무부는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자가 늘어감에 따라 ‘범죄피해재산'도 국가가 몰수ㆍ추징해 피해자에게 돌려준다는 내용을 담은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현행법은 사기와 같이 피해자의 돈을 빼돌려 얻어낸 범죄피해재산의 경우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기 때문에 국가가 환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사기 범죄 피해자는 민사소송 등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민사소송은 범죄자의 형사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형사재판이 확정된 후에는 범죄자가 이미 재산을 은닉한 경우가 많아 피해보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위와 같은 법무부의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기 범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본 대상 판결이 위와 같은 입법과 더불어 보이스피싱범죄에의 이용 가능성이 있는 계좌 명의 대여 행위를 예방하고,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사기피해자의 구제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진=법무법인 진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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