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전세가에 강북도 신음…마포·은평 가보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지은 기자
입력 2018-11-04 15:0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전용면적 59㎡가 4억~4억5000만원까지 갔는데 지금은 3억6000만원까지 나옵니다.” (서울 은평구 소재 힐스테이트 녹번 인근 H공인중개업소 대표)

“아이파크는 물론 공덕자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모두 한두 달 전보다 2000만~3000만원정도 떨어졌어요.” (서울 마포구 소재 아현 아이파크 인근 M공인중개업소 대표)


서울 강남권이 송파구 헬리오시티, 강남구 일원동 루체하임 입주 여파로 전셋값이 약세로 전환된 가운데 마포 은평 등 강북권의 전셋값 하락이 뚜렷해지고 있다.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지역 중심으로 정부 규제가 겹치며 전세시장에 한파가 왔다는 게 일선 공인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은평구는 지난달 10일 입주를 시작한 힐스테이트 녹번에 이어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래미안 베라힐즈와 내후년 5월 입주 예정인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등 신규 입주단지가 속속 들어서며 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곤두박질쳤다. 지난 9월부터 마포자이3차 입주를 시작한 마포구도 은평구보다 낙폭은 적지만 역시나 전셋값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다섯째주(10월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1% 떨어져 6월 넷째주 이후 19주 만에 하락 전환됐다.

◆ 쏟아지는 입주물량...수급불균형에 전세가 곤두박질

3일 찾은 은평구 녹번동 일대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래미안 베라힐즈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단지 바로 옆으론 입주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힐스테이트 녹번이 자리하고 있었다. 녹번역에서 응암동 방면으로 들어오면 입주가 가장 늦는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공사부지가 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물량폭탄에 타 지역에서 이주해온 공인중개업소가 몰려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래미안 베라힐즈와 북한산 푸르지오 인근 T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래미안 베라힐즈 전용면적 59㎡의 경우 4억5000만원까지 호가하던 물건이 요샌 3억5000만~3억6000만원에 나온다"며 ”입주 날짜가 다가오니 전셋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힐스테이트 녹번은 10월 초부터 입주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구축아파트도 전세가 하향곡선을 그렸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북한산 푸르지오는 지난달 10일 전용면적 59㎡가 4억1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난달 26일 같은 면적이 3억9000만원에 나왔다.

마포자이3차 입주가 한창인 마포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마포GS자이 인근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염리동에 새로 들어온 자이3차가 1000여세대"라며 "신축인데도 비교적 저렴하다 보니 임대수요가 그쪽으로 분산돼 주변 아파트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R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마래푸의 경우 전세 계약이 보통 2년, 4년 단위인데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만기물량도 꽤 풀렸다“며 ”3000여세대로 소규모 단지가 아니다 보니 전세물량이 많이 나오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 소재의 래미안 베라힐즈[사진 = 윤지은 기자]


◆ 9.13 대출 규제로 움직임 묶여...집주인도 세입자도 발만 동동

입주물량뿐 아니라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여파도 컸다. 대책 이후 규제지역 내 신규 주택 매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1주택자의 경우에도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원천 차단되면서 대책 전 아파트를 구입한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해 동동거리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연체를 피하기 위해선 입주 전 하루빨리 세입자를 구해야 하지만 세입자 역시 전세 대출이 막혀 쉬이 입주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힐스테이트 녹번 인근에 위치한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힐스테이트 입주 마감일이 코앞인데 그때까지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연체이자가 붙는다”며 “대책 이후 대출이 막히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 전세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전세금을 내려서라도 빨리 세입자를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근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출이 막히니 전세수요든 매매수요든 움직임이 없어 거래가 안 된다”며 “전세로 들어오려는 분들은 집을 보러 왔다가도 기존 집 처분이 안 돼 못 들어온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마포구에도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세입자를 찾는 갭투자자들이 많았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R공인중개업소 대표는 “7월에 전세 끼고 매입한 분들이 10월에 잔금 치르기 전 세입자 체인지를 하기 위해 금액을 낮춰 내놨다”고 전했다.

마포 아현 아이파크 인근 M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마포자이3차는 조합원들이 연체가산금을 피하기 위해 전세를 내놓다 보니 전세가가 내려갔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