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바람 잘 날 없는 보건당국, 급할수록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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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8-10-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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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생활경제부 기자]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이 묶였다. ‘포용적 복지국가’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 정책을 이끌어가야 하는 일선에 있지만, 연이은 사회적 이슈에 끊임없이 끌려다니고 있다. 국민연금 개편 논란, 어린이집 사망사고, 고혈압약 발암물질 논란, 메르스 국내 유입 사태, 병원 대리수술 관행 부각 등 올해 하반기에만 사회와 여론을 뒤흔들었던 일련의 사건은 모두 보건당국 손에 쥐어졌다.

보건당국은 뜻밖에 발생한 사건에 여러 차례 휘말리면서 적잖은 고초를 겪었다. 지난 7월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만 4세 유아가 등원차량 내에 방치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복지부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Sleeping Child Check)’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사건 대응에 주력했다. 같은 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발암우려물질로 분류되는 불순물이 중국산 고혈압약 ‘발사르탄’ 성분 원료의약품에서 검출됨에 따라 일부 고혈압약 판매를 금지하고 검사법과 관리기준 개편을 추진해야만 했다. 당시 ‘고혈압약 발암물질’이라는 이슈는 국민에게 큰 혼란을 가져왔다.

수난은 지난 8월과 지난달에도 이어졌다. 국민연금 개편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보험료율 인상과 납부의무연령 연장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지자, 여론은 국민연금 폐지설까지 대두될 만큼 크게 반발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국민연금 개편은 사회적 동의를 거친 후 이뤄질 것’임을 강조하며 여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한번 들끓기 시작한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이어 메르스 감염자가 국내에 입국해 감염 위험이 확산되면서 입국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개선 논의가 요구됐다. 최근에는 강원대병원, 부산 정형외과, 울산 여성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 확인된 연이은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무면허·대리수술도 문제가 대두됐다.

박 장관은 문 정부가 목표로 세운 포용적 복지국가 완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포용적 복지국가 구상에 직접 관여하기도 했다. 때문에 취임 직후부터 정부 핵심 공약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문재인 케어)' 방안을 내놨고, 치매국가책임제 도입을 서둘렀다. 아동수당 개시, 국공립 어린이집, ‘커뮤니티 케어’ 등도 주요 정책으로 추진코자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취임 1년을 맞은 이후 상황은 순탄치 않았다. 정책 범위가 넓어 핵심 정책·사안에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임에도 온갖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느려진 행보와 벌어진 틈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2018 국정감사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문재인 케어 추진을 위한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 수립은 법정시한을 넘겼고, 치매국가책임제 확립을 위한 치매안심센터는 인력교육 부실, 환자 등록률 미비 등 허점을 보였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가 목표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도 지적됐다.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세운 박 장관과 복지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저출산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국민연금부터 대리수술 사태까지 일련의 ‘사건’은 본래 취약했던 정책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급한 걸음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보다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것’이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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