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 40년] [기고] 40대 중국으로 새롭게 리셋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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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8-10-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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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찬의 차이나 포커스

[사진=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대학에서 중국경제를 가르치는 필자가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1978년 개혁개방 이래’이다. 이 표현이 중국경제 관련 신문방송매체나 책을 보면 수없이 등장하는 용어였기 때문이다. 10년 전 중국 개혁개방 30주년 관련 포럼 때 만난 모 중국학자가 필자한테 한 말이 기억이 난다. “중국은 이제 30살의 청년입니다. 아직은 서툴고 미숙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지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중국이 될 수 있습니다.” 무심코 흘려 넘긴 애기였는데, 되돌아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얘기였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정치, 경제, 군사,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78년의 150달러에서 2017년 9250달러로 늘어나면서 중간소득국가의 평균수준을 넘어섰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78년만 해도 60%에 가깝던 중국 엥겔지수가 2017년에는 29.3%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르는 기준인 30%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과거 속의 중국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중국은 과연 어떻게 진화했고, 미래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그 해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의 출발점을 살펴봐야 한다.

개혁개방은 중국경제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 이론에서부터 출발한다. 덩샤오핑 이론의 핵심은 ‘하나의 목표와 두 개의 기본노선’으로 요약된다. 하나의 목표는 ‘경제발전’을 의미하고, 두 개의 기본노선은 ‘공산당 영도’와 ‘개혁개방’이다. 요약하면, 중국은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산당 주도의 개혁개방, 즉 중국식 자본주의(Red Capitalism)를 표방했다. 그 결과 지난 개혁개방 40년 동안 연평균 9.5%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중국의 지난 개혁개방 40년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되어 진화되고 있다.

1단계(1978~1991)는 인프라 구축 주도의 경제발전시기로 시장경제로의 회귀를 목적으로 국유기업 자주권 확대, 개인경제발전, 시장경제체제 수립 등의 제도 확립과 동시에 경제특구 지정, 연해도시 개방, 외자도입 등의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시행하는 시기였다. 중국 5천년 역사 속에서 시장경제를 하지 않았던 시기는 1949년부터 1978년까지 고작 30년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시장경제에 익숙해져 있고, 원래부터 중국은 비즈니스의 국가였다.

2단계(1992~2011)는 성장주도의 경제발전 시기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계기로 시장경제체제 개혁과 대외개방을 확대하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기본시스템을 완성하고 심화 발전시켜 나갔다. WTO가입, 서부대개발 전략, 샤오캉시대 진입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나, 에너지낭비, 환경오염, 부정부패 등의 부정적 현상도 함께 초래하는 성장통의 시기였다.

마지막 3단계(2012~현재)는 혁신주도의 경제발전 시기로 시진핑이라는 막강한 지도자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경제성장방식과 혁신주도로 대변되는 ‘제2의 개혁개방’ 시기이다. 과거 당나라와 청나라 시기 세계경제 GDP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중국으로의 회귀를 꿈꾸며 ‘중국몽(中國夢)’이라는 국가 어젠다를 설정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아닌 이노베이티드 차이나(Innovated China)로의 진화가 본격화 되는 시기다.

미국 포춘지가 발표한 2018년 세계 500대 기업에 중국이 120개로 1위 미국(126개)을 거의 따라 잡은 상태다. 1998년 5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이 6개에 불과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120개로 무려 20배가 증가했다. 기업별 순위를 보더라도 1위 월마트를 제외하고 2위부터 4위까지 모두 중국 기업들이다. 말 그대로 세계시장의 판도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우리가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중국 민영 혁신기업들의 약진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혁신주도형 중국 ICT 기업들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 Insight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세계 유니콘 기업 수의 4분의 1이 중국 스타트업들이고, 상위 10위권 내 4개 회사가 중국 기업이다. 혁신 차이나는 이제부터 시작인 듯하다.

중국은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진화해 왔고, 미래도 그렇게 진화될 것으로 보인다.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미중간 무역전쟁도 결국 중국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중국은 과거 미국이 무너뜨린 구소련과 일본과는 경제구조 및 규모면에서도 확연히 다르다. 향후 중국 경제성장은 외부요인보다 내부요인의 충격을 어떻게 완충하고, 어떻게 고부가가치의 혁신주도형 발전모델로 전환될 것인가에 달려있다. 20대의 중국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30대의 중국은 경제 및 사회발전의 성장통도 겪으면서, 혁신 차이나로의 변신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시기였다.

하지만 다가올 40대의 중국은 본격적인 혁신 드라이브가 시작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여기에 유연성과 자본력, 노련미까지 더해지면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우리가 40대의 중국을 새롭게 다시 봐야 할 이유이다.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과 경쟁관계를 효율적으로 유지해 나가지 않으면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다.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는 과거의 올드(Old) 차이나를 과감히 버리고, 뉴(New) 차이나로 리셋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승찬 소장/교수
중국 칭화대 경영학 박사
전)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경제통상관
전)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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