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세일은 시장이 알아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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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범 기자
입력 2018-10-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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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

[이정희 중앙대 교수.]


올해 개최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지금의 통합 세일 축제 행사로는 세 번째다. 하지만 실제로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서 처음으로 시작한 것을 포함하면 네 번째로 맞는 쇼핑 축제다.

이번 9월 28일부터 10월 7일까지 개최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소비자도 참여 기업도 참여와 그 실효성에 시큰둥한 반응이라는 측과, 그래도 내수 진작에 성과를 거둬 왔다는 주최 측의 상반된 이야기로 나눠져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성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으며, 현재의 정부 주도를 시장 주도로 전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된 여론이 되는 것 같다.

세일을 통해 내수 경기를 살려보자는 것은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하겠다. 세일행사는 기업의 필요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지, 결코 시장의 분위기나 정부가 주도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세일은 일정한 시기에 정상가에서 싸게 파는 세일을 통해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위한 것이나, 시즌이 바뀌면서 재고 떨이를 위한 목적 등 전략적으로 이뤄진다.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경우도 정상가에서 대폭 할인은 어렵고, 재고 떨이의 경우에나 대폭 할인이 가능할 것이다. 만약 정부가 주도해 대폭 할인을 종용하고 그렇게 홍보를 하면, 소비자들은 그 기대가 크고 정상가에 상품을 사지 않으려는 소비행동을 보일 수 있어 오히려 불경기에 소비를 더 위축시키는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일본 경제는 1990년부터 20년 이상의 장기 내수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불경기에 판매가 줄자, 기업들은 세일 경쟁을 하면서 너도나도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준비가 안 되어 있었고 가격 경쟁력이 없이 할인 경쟁에 뛰어든 많은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출혈경쟁이 자제됐던 사례가 있다. 기업들이 출혈경쟁으로 가격 할인에 나섰지만 내수경제는 살아나지 않았고 오히려 기업들만 경영난을 겪었던 것이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벤치마킹했다 하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유통기업들의 재고 정리를 위한 세일 행사다.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의 하나인 추수감사절을 보내면서 추수감사절을 위한 상품과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면서 가을 상품의 떨이를 통한 재고 처리가 주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할인 폭이 70~80%에 달하는 대폭 세일이 가능한 것이다.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유통 매장의 상품을 비우고 이제 새로운 시즌 상품으로 매장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재고 처리도 아닌, 시즌상품과 인기상품을 큰 폭으로 세일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큰 폭의 세일행사를 하면서 유통업체 자체 재고가 아닌 제조업체로부터 납품을 받아서 하는 것이 가능한가.

우리나라 백화점은 직구매 비중이 10~20%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수수료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니 세일행사를 할 때 결국에는 입점 업체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그 비용 부담은 입점업체들이 질 수밖에 없는데, 누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겠는가.

또한 이러한 세일 축제의 뒤에는 세일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납품업체와 소상공인들의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몰론 이 축제 기간 중에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들도 참여하도록 한다고 하지만, 이들이 세일에 동참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이 기간 중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에 대한 세일 기대감이 크고, 또한 대형유통 매장들에 몰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 때, 소상공인들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기 때문에 블랙프라이데이 다음 날인 토요일을 소상공인들을 위한 스몰 비즈니스 새터데이(Saturday)로 정하고 골목상권에서 소상공인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토록 하는 캠페인이 생긴 것이다.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문제는 그 방법이고,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행사가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완전히 민간으로 이양하고 민간 주도의 행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그 시기도 세계적인 경쟁 행사인 중국 광군제(11월 11일)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둔 시기를 피하고, 시즌이 바뀌는 시기를 고려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2월 하순으로 변경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새로운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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