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뉴패러다임 ‘오픈이노베이션’ 신약개발 성공확률 3배…제약계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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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8-10-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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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자원 공유해 시간·비용 절약

  • 유한양행·녹십자 글로벌社와 제휴

  • 동아에스티, 학교·병원과도 협업

[그래픽=아주경제]


다수 제약회사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을 통해 신약 개발에 도전하면서 제약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지식재산권을 독점하려던 폐쇄적인 구조에서 탈피, 협업을 통해 신약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해 내부 자원과 함께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기업 내부의 연구개발(R&D) 활동을 중요시했던 것이 ‘폐쇄형 혁신’이었고 아웃소싱이 한쪽 방향으로 역량을 이동시키는 것이라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제약계가 오픈 이노베이션에 주력하는 이유는 신약 개발에 있다.

신약 개발은 막대한 시간‧비용 투자에 비해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신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존재하고, 신약 개발 성공이 제약사에 잭팟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포기하기 어렵다. 임상 실패가 이어져도 신약 개발이 계속되는 이유다.

때문에 R&D 비용 지출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제약사에 오픈 이노베이션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들여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정보‧자원 공유로 개발 시간과 비용도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오픈 이노베이션이 폐쇄형 모델보다 신약 개발에 있어 성공확률이 3배 더 높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미국 회계법인 딜로이트 발표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12년까지 281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종 승인 받은 신약 중 폐쇄형 모델은 11%, 오픈 이노베이션은 34%였다.

국내 제약사는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오픈 이노베이션 시도에 대한 출발이 다소 늦어졌으나 계속해서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R&D가 전체의 55%를 차지할 만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신약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벤처 ‘브릿지바이오’와 면역항암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유한양행은 2015년부터 연구해 온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브릿지바이오에 공개했다. 브릿지바이오는 향후 독성시험과 전임상, 초기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시도는 2011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의 퇴행성디스크 치료제 후보 물질 개발에 45억원을 투자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바이오니아에 110억원을 투자했다. 새미알앤에이(SAMiRNA) 기술을 이용한 특발성 폐섬유화증(IPF) 치료제 후보물질과 종양치료제 후보물질 등 3개 신약 후보물질에 기술이전 계약을 실시했다.

제넥신과는 지속형 항체 플랫폼 기술 'HyFc'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고, 앱클론과 파맵신과는 항암항체 플랫폼에 대한 공동연구개발에 나섰다.

유한양행의 이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은 속속 성과를 냈다. 2015년 신약 개발기업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비소세포폐암치료제(YH25448)가 연내 2상 임상시험을 완료할 예정이다. 제넥신 HyFc 기술을 활용한 비알콜성 지방간염치료제(YH25724) 역시 올해 전임상이 시작된다.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도 시작했다. 지난 3월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에 첫 번째 유한 USA법인을 세웠으며, 올 연말에는 동부 보스턴에 두 번째 법인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GC녹십자도 꾸준히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제넥신과 자연 상태의 적혈구 조혈호르몬(EPO)과 지속형 단백질 합체융합기술(hybrid Fc)을 결합해 지속성 빈혈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키로 했다. 레고캠바이오와는 항응혈제 '녹사반'을 공동개발 중이다. 유한양행과는 경구용 고셔병 치료제를 함께 개발키로 해 국내 대형제약사 간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의 출발선을 끊으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동아에스티는 스웨덴 바이오벤처 ‘비악티가’와 공동연구‧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후성유전학 기반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이처럼 오픈 이노베이션은 위 사례와 같이 기업과 기업 간에 이뤄지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과 학교, 기업과 병원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2016년 삼성서울병원‧메디포스트와 미숙아 뇌실 내 출혈 줄기세포치료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연세의료원과 희귀질환인 유전성 난청 치료제 후보물질 도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이 외에 한미약품은 아주대학교와 함께 줄기세포를 활용한 항암신약을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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