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의 머니LAW] 내 지갑 속 가상화폐, 돈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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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09-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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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화폐 성격 애매한 가운데 관련 소송 급증 추세

  • ‘물건’ 여부 놓고 하급심 엇갈려…대법원 판단 주목

[아주경제 DB]
 

최근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비트코인으로 급격히 재산을 확충한 부부가 이혼을 할 경우, 비트코인은 재산분할 대상일까. 빌려준 돈 대신 가상화폐를 받은 채권자가 탈세 등으로 재산이 압류됐을 때 소송을 하면 승소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가상화폐가 재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지 알려면 먼저 이에 대한 법률적 성격을 알아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가상화폐는 디지털 상에 존재하는 코드, 일종의 ‘전자기록’이라고 말한다. 민법에서 말하는 ‘물건’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재산적 가치를 갖기 어렵고, 민·형사상 강제집행을 실행할 법적 근거도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가상화폐는 ‘투자’를 위한 금융상품일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상품은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나뉜다. 블록체인을 통해 채굴되는 가상화폐는 특정 발행자를 전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증권으로 볼 수 없다. 또한 기초자산의 가치를 평가해 미래의 계약을 성립시키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파생상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서기원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가상화폐는 부동산 등과 같이 관리할 수 있는 동력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물건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교환의 매개물로서 실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금전이 아니라고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법원 판결에서는 아직까지 가상화폐를 물건이나 지급결제수단, 재산 등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는 없다.

하지만 최근 가상화폐를 둘러싼 소유권 소송이 늘어나면서 가상화폐의 재산적 성격을 인정한 판결이 하나씩 나오는 추세다.

수원지방법원 항소부는 지난 1월 인터넷 성인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받은 A씨에게 비트코인도 범죄수익으로 얻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면서 이를 몰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가상화폐를 몰수의 대상인 ‘물건’에 해당하다고 본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비트코인은 예정된 발행량이 정해져 무한 생성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와는 다르고, 게임머니도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에 해당하므로 전자파일도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특히 비트코인은 교환비율에 따라 법정화폐로 환전이 가능하고, 이를 지급수단으로 인정하는 가맹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원심 재판부의 “비트코인은 객관적 기준가치를 상정할 수 없고,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 판단과 배치된다.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가상화폐 관련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상품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세를 검색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부정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가상화폐의 법적 성질, 가상화폐 거래소와 투자자 사이의 권리관계, 투자자 보호 등 법률적 쟁점이 다양하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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