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당' 조승우 "박재상役 밋밋하다고? '타짜' 고니도 마찬가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송희 기자
입력 2018-09-28 17:4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영화 '명당' 박재상 역의 배우 조승우[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 속 배우 조승우를 마주한 관객들은 “왜?”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작품 전체를 이끌기는 하나 강렬하게 폭발시키지 않고, 담백하니 심플하게 덜어내는 박재상 캐릭터가 “다소 밋밋하지 않으냐”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엔딩크레딧이 오르고 객석을 나서는 순간, 관객들은 올곧고 단단한 박재상의 면면을 오래도록 떠올리게 될 것이다. 조승우가 의도한 그대로.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조승우는 “외적으로는 정적이나, 심리적으로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박재상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빚기 위해 인물의 내실을 단단하게 다졌다. 전작 ‘타짜’ 고니와 ‘내부자들’ 장훈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조승우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명당'에서 박재상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강렬한 흥선이 아닌 정적인 박재상이었다. ‘명당’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 시나리오 단계부터 박재상이라는 인물을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인터뷰도 해왔다. 흥선(지성 분)과 김좌근(백윤식 분), 김병기(김성균 분) 대립 구도에 전면으로 나서지 않으니 임팩트나 부각되는 면이 없다. 그러나 외적으로 정적이되 심리적으로는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인물이다. 박재상이 없다면 (대립 구도의) 두 축을 받칠 수 없다고 생각,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라도 선택하게 된 거다.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만날 선두에 설 수 있겠나.

한편으로는 조승우의 자신감이라는 생각도 든다
- 자신 없다. 하하하. 이런 역할도, 저런 역할도 하는 건데 이번 박재상은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정적이면서 내부에서 강한 심리 변화 등을 나타내보고 싶었다.

폭발하는 연기가 배우 입장에서는 더 접근하기도 쉽고, 욕심도 났을 것 같은데
- 다들 박재상 캐릭터가 밋밋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타짜’ 때부터 들어왔다. 고니 주변 인물들이 워낙 개성도 강하고 백윤식 선생님, (유)해진 형, (김)윤석 형 등 다 캐릭터가 강해서 고니가 눈에 안 띈다는 거다. 그때도 ‘밋밋하다’, ‘눈에 잘 안 띈다’, ‘밋밋하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평가가 바뀌더라. 이 작품 역시 그럴 거로 생각지는 않지만, 묵묵히 있는 캐릭터라고 본다. 곱씹을수록 생각나는 캐릭터다.

박재상 캐릭터는 올곧은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를 관객에게 설득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 세도정치가 지배하던 시절, 오로지 박재상만이 왕을 위해 제대로 된 ‘터’를 짚는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박재상은 가족을 잃게 된다. 극 초반 박재상은 복수심을 가지고 있고 김좌근 일가에 복수하고 싶어 안달 나 있다. 그런 면에서 박재상 역시 정의감만 가득 찬 인물은 아닌 거다. 사적 감정이 우선시 되었다가 흥선을 만나며 대의명분이 생긴 거다. 나름대로 성장을 거듭하고 “사람을 묻을 땅이 아닌 살리는 땅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제가 연기를 못해서 그렇겠지만, 나름대로 입체적인 감정들이 숨어있다.

영화 '명당'에서 박재상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퍼펙트 게임’ 박희곤 감독님과 재회했다
- 감독님과는 사적으로도 굉장히 친하다. 솔직히 말하면 ‘명당’ 전에도 두 편의 시나리오를 주셨는 데다 거절했다. ‘우리 사이에 못 할 말이 어디 있어? 솔직히 (시나리오) 준 거 재미없어’라고 하니까 ‘그럼 하지 마’라고 했었다. 그런데 또 주시더라. 감독님이 사극을 주실 줄은 몰랐다. 개인적으로 ‘인사동 스캔들’을 굉장히 재밌게 봤는데 이 감독님이 어떻게 사극을 찍을지 궁금해지더라.

다시 호흡을 맞춰보니 어떻던가?
- 50대가 된 감독님은 예전보다 더 푸근하고 세심해졌다. 예전에는 막 성질도 부리고 그랬었는데. 하하하.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현장에서 늘 감독님을 놀리는 재미로 살았다. 귀여운 면이 있다.

어떤 면이 그렇게 귀여운가?
- 음, 글쎄…. 컵라면을 먹는 게 정말 귀엽다.

먹는 것까지 귀여울 정도로?
- 다들 식사하러 가면 홀로 모니터 앞에 앉아서 컵라면을 먹는데 그 모습이 그냥 귀엽고 웃기다. 쌀알처럼 생긴 외모도 그렇고.

박희곤 감독 외에도 감독, 작가들과 두 번씩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비밀의 숲’, ‘라이프’ 이수연 작가와 재회 경험이 있고
- 그들이 저를 찾아주시는 거다. 정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만 두고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영화 '명당'에서 박재상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작품선택 기준이 명확한가보다
- 작품의 의미가 분명해야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말이다. 의미 없는 영화는 하고 싶지 않다. 세상, 사람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그렇다면 ‘명당’은 세상,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거로 생각했나?
- 땅을 빼고서라도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다. 과도한 욕심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는데 영화를 통틀어봤을 때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박재상뿐이다. 이런 인물이 많아져야 세상이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건 모든 부귀영화와 권세, 권력, 물질적 욕구, 탐욕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는 거다. 내가 쉴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발 뻗을 수 있는 공간이 명당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최근 조승우를 설레게 하는 건 무엇인가?
- 글쎄. 약간 침체기인 것 같다. 따로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 일 말고는 가슴 뛰는 일도 없다. ‘왜 이렇게 심심하지?’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40대를 앞두고 있는데
- 생일이 빨라서 저만 39살이고 이미 친구들은 40대다. 그들을 보아서 그런지, 40대도 별거 없더라. 30대도 그랬던 것 같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조금 더 다양한 인생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더 좋은 작품도 만났으면 좋겠고. 예전에 가졌던 열정이 40대에 피어오르길 바란다. 사는 게 막 재밌었으면 좋겠고.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