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굴리는 사학연금 ‘나홀로’ 수탁자책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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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8-08-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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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용자산 규모 두번째로 많지만

  • 주총 안건 중 반대표 1.7%에 불과

  • 의결권 현황 비공개 '충실도 꼴찌'

  •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기미 없어

 


20조원을 굴리는 사학연금이 홀로 수탁자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자료를 보면 사학연금은 2017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총 646개 안건 가운데 1.7%(11개)에 대해서만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비해 나란히 3대 연기금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한 비율은 각각 16.6%와 19.3%에 달했다.

올해 3월에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각각 2404개, 225개 안건에 대해 17.6%와 19.6%에 이르는 반대율을 보여줬다.

반면 사학연금은 지금까지 관련 공시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공시를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수탁자 책임 면에서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주총에서 반대표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기금이 가입자 재산을 적극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반대표를 행사해야 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사학연금을 꼴찌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학연금은 2017년 '기업지배구조원 의결권 행사 충실도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인 1점을 받았다. 기본적인 의결권 행사지침을 비공개한 영향이 컸다.

사학연금에는 의결권 행사를 위한 전담조직도 없다.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을 이용하는지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원칙으로 불리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확정했다. 제한적이지만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반면 사학연금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찾기 어렵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는 지침이다. 기관은 충실한 수탁자로서 투자 대상인 상장법인에 기업가치 제고를 꾸준히 요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해야 한다. 가입자 이익도 이를 통해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했고, 주요 선진국으로 확산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가 제도를 받아들였다.

사학연금이 운용하는 자산은 2017년 말 20조원에 육박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사학연금 자산에는 국가가 위탁한 학자금도 1조원 가까이 들어 있다. 현재 6500여개 사립학교가 사학연금에 가입돼 있고, 연금 수급자도 7만여명에 달한다.

송민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기금이 의결권 행사내역을 공개하고, 위탁 자산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위임하면 기업 지배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행보는 일반 주주가 의사를 결정하는 데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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