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제재 돌입, 엇갈리는 국제유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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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8-08-0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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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제재, 이란 주요 수입원인 원유 수송 차단 골자

  • "이란산 원유 차단시 WTI 100달러까지 오를수도"

  • OPEC·미국 산유량 증가세..."시장 공급 우려 상쇄"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 거리 환전원이 US 달러화를 꺼내들고 있다. [사진=연합/AP]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탈퇴한 미국이 7일 0시(한국시간 7일 오후 1시)부터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한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고된 일이지만 국제 원유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유시장 내 이란의 입지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오를까? 3년여만에 부활한 경제 제재..."이란 제재는 시한폭탄"

미국이 이란 제재를 재개하는 것은 2016년 1월 JCPOA 타결 이후 2년 7개월여 만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제재는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 제재는 △이란 통화인 리알화 거래 금지 △이란산 흑연·금속 판매 제한 △이란에 대한 상용기·부품·서비스 수출 제한 등이다.

1단계 제재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을 표적으로 삼았다면, 2단계 제재는 이란의 원유 산업과 금융 분야를 정밀타격하는 게 골자다. △이란 국영석유회사와 원유 제품 등 거래 중단 △선박·항만 운영회사 등 이란의 해운·조선 거래 차단 △이란 금융과의 거래 제한 등이 대표적인 타격 수단이다. 1단계 제재 이후 90일 뒤인 11월 4일부터 단행된다.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동맹국들에게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기존 제재가 이란의 원유 수출량 중 120만 배럴을 통제하는 수준에 그친 데 비하면 강도가 훨씬 높아진 셈이다. 이란의 주요 자금줄인 원유 수출을 차단해 자금 유입 기회를 원천 봉쇄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란이 원유 수출로 확보한 자금을 핵 개발과 테러 조직 지원 등에 융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란은 40년간 단행된 미국의 제재를 이겨낸 노하우를 다시 한 번 발휘해 전면에서 맞선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혁명을 이룬 이란에 처음 제재를 가한 게 1979년이다. 이란 측은 △신형 원심분리기 가동 준비 등 핵활동 재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검토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란은 하루 평균 38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 3위 산유국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페르시아 만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주요 운송로 중 하나다. 이란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출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PVM오일어소시에이츠의 스티븐 브레녹 애널리스트는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 제재라는 시한폭탄을 터뜨린 만큼 수급불균형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투자 회사인 어게인캐피털은 이란산 원유의 수출길이 막힐 경우 오는 4분기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5∼100달러, 최고 105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같은 기간 배럴당 110∼115달러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떨어질까? 사우디 비축량·OPEC 산유량 증가..."무역전쟁 수혜 기대감도"

다행히 아직까지는 국제 원유시장의 방어 능력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근 하락세를 보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비축량이 3년 만에 처음 증가할 것이라는 신호가 나오고 있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석유통계기구인 조인트오거니제이션데이터이니셔티브(JODI)에 따르면 2015년 10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사우디의 원유 재고량은 고점 대비 9500만 배럴(29%) 감소하면서 2011년 이래 최저 수준을 보였다가 반등하고 있다. 

사우디의 원유 재고량이 늘어난 데는 이상기온 현상이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에어컨 가동이 늘어나는 여름철에는 전력 수요가 최고치로 늘어난다. 그러나 2013~2017년까지 7월 중순 평균 기온이 34도를 유지했던 반면 올해는 약 33도를 보여 평년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의도적으로 재고량을 늘린 것은 아니지만 이란발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석유수출구기구(OPEC) 주요 회원국이 이란 제재에 따른 대안의 하나로 산유량을 늘린 것도 시장 우려를 낮추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OPEC 회원국의 원유 생산량은 월간 기준 3264만 배럴까지 늘어나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하루 평균 940만 배럴에 달했던 미국 산유량이 올해 하루 평균 118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에는 이보다 많은 1180만 배럴까지 늘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시장 분석가인 존 켐프는 "세계 경제의 성장이 지속한다면 원유 수요가 늘어나 유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지만 글로벌 통상 갈등의 영향으로 원유 재고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는 유가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이 전했다. 지난 3일 기준 WTI와 브렌트유는 배럴당 68.96달러, 73.42달러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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