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용 칼럼] 신플랫폼 전쟁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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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용 서강대학교 교수
입력 2018-07-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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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용 서강대학교 교수]


1차 산업혁명 시대를 겪으면서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 탄생했다. 이들 기업은 원자재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소위 생산자로서,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는 일방적인 형태의 사업을 해왔다. 제조 기반 기업이 대부분으로 전자제품, 철강, 조선, 식음료 사업 등 우리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기업 형태다. 생산자의 브랜드가 소비자 신뢰의 기반이 되고, 이 가치가 매우 중요한 사업 형태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월드와이드웹(www)과 인터넷 브라우저가 등장하면서 인터넷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이때부터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산업이 시작됐다. 플랫폼은 사람들이 기차역을 이용하듯 수요와 공급이 만나도록 하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사업의 장으로, 새로운 산업 형태로 급부상했다. 구글의 예를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구글의 검색엔진 플랫폼을 활용한다. 자연스럽게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로 구글은 광고 등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페이스북도 유사한 개념의 사업 모델이다. 사람들은 지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로 인해 페이스북은 어마어마한 이득을 창출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초기 서비스에 없던 '좋아요' 버튼을 2010년 도입했다. 이 버튼만으로 하루 900만 달러라는 놀라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인터넷 기반 플랫폼 사업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바일이라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함께 엮어주면서 소위 양방향 플랫폼 기반 사업 형태가 나타났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생산자가 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연결돼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형태다.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가 대표적이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집주인이 사용하지 않는 기간 동안 집을 잠시 빌려주는 대가로 금전적인 이익을 볼 수 있다.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지출해야 할 숙박비용보다 더 저렴한 가격이나 좋은 조건으로 머물 곳을 찾을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그간 상품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집'에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에 바탕을 두고 사업을 확장했다. '어차피 남는 방'을 돈벌이 수단으로 바꿔준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여행은 물론 부동산의 개념까지 흔들며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한 플랫폼에 참여시켜 이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사업은 종래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물어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기도 하는 '프로슈머(prosumer)'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수많은 비즈니스 형태를 만들었다.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들도 무수히 많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산업들의 시가총액은 제조기반 전통 기업들에 비해 훨씬 높게 성장하고 있다. 설립한 지 10년밖에 안된 에어비앤비와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이 비슷할 정도다.

2015년 이후 플랫폼 기반 사업에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기존 플랫폼 사업은 그 플랫폼을 제공하고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여 이익을 독점한 모델인 반면, 새로운 모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탈중앙화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참여자들이 플랫폼 소유자를 통하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직접거래를 하며, 이익을 공유하고 참여자들의 노력에 따른 보상이 지불되는 형태다.

한 예로 '스팀잇'은 기존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달리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공유할 때 사용자들의 선호도를 측정해 기여도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지급한다. 이 서비스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사용자들의 글을 이용해 돈을 벌 뿐, 사용자들한테는 직접적인 이익이 없다는 것과 대비된다. 플랫폼 제공자만 배를 불리며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시장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고 평가하는 참여자들이 주체가 돼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면서 시장을 이끌어 나간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지난해 6월까지 1만 명 미만이던 사용자가 8개월 사이 30배 이상 늘었다.

'슬락잇'은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의 결합이라는 표어를 건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도어록을 바탕으로 집 공유 플랫폼을 제공한다. 얼핏 보면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플랫폼 사업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 서비스는 수요자가 공급자에게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 소유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스마트 도어록에 지불하고 접근 권한을 얻어 사용하는 분산형 공유 플랫폼이다. 이들은 중개자 없이 빈집이나, 자전거 혹은 자동차를 공유하는 진정한 공유경제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사업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러한 거래에서는 신뢰 문제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블록체인이 해결해 줌으로써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직거래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 산업에 탈중앙 플랫폼 사업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공자의 중개 수수료가 사라지고 참여자들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진정한 공유경제 플랫폼 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혹자는 제2의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초기 인터넷시대의 플랫폼 전쟁에서 싸이월드라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페이스북보다 먼저 시작하였으나 인터넷 실명제를 비롯한 인터넷 관련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이 반복되는 사이, 글로벌 절대강자 구글·페이스북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수직 상승했다. 그 사이 전 국민을 미니홈피 중독에 빠트렸던 싸이월드는 순식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이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플랫폼 전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초기 반짝했던 플랫폼시장이 유지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경험을 한 우리가 새롭게 열리는 블록체인 기반 신(新)플랫폼 전쟁에서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새 시대의 강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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