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편견과 싸우는 '중국 전문가' 이규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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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8-04-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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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편견 탓에 사라지고 있다."

2일 만난 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는 아쉬움을 자주 드러냈다. 그는 금융감독원에서 일한 기간(2000~2015년) 가운데 절반 이상인 9년을 중국에서 보냈다. 

금감원이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그를 중국으로 보낼 당시, 굳이 중국을 공부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많았다고 한다. 중국보다 나은 선진국 금융시스템을 배우는 것이 더 급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이규엽 대표는 "목적이 반드시 선진문물에 대한 탐구일 수는 없다"며 "그 나라에서 지내는 동안 사회를 이해하고 사람을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는 중국 파견 시절 맺은 인연으로 사업 기회를 늘리고 있다. 그는 2017년 중국 칭화대기금에서 세운 투자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중 공동펀드를 만들기 위해서다. 양측은 1억 달러를 각각 50대50으로 출자해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다만 펀드는 불발됐다. 대성자산운용이 2016년 세워진 신설사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투자 대상이 중국이라는 점이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신생 운용사라서 겪은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이나 투자은행(IB)도 똑같이 이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가 투자하는 실리콘밸리 펀드에 출자한다면 평가는 바뀌었을 것"이라며 "중국에서는 칭화대기금이 투자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주목받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성자산운용은 현재 중국 장시(江西)성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출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에는 신용평가가 문제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중국 지방정부에서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중국에도 신용평가 시스템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신용평가 등급을 받으면 40~50%가 'AA' 이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중국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려면 금융당국에서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통과하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아 승인만으로도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지방정부는 부채비율도 높은 편이다. 이 역시 국내에서 신용등급을 받는 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중국 지방정부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인 토지는 재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우리 부채비율과는 다를 수밖에 없고, 세수도 중앙정부에서 관리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우리나라처럼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돼 있지 않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분리해서 볼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은행 외에는 대출업무도 할 수 없다. 결국 기업 간 금융거래를 위해서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야 한다. 투자자는 SPC에 출자하고, 기업은 약속한 시기에 지분을 되사들이는 식으로 자금회수가 이뤄진다. 만기와 이자지급일이 정해져 있어 본질적으로는 대출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이규엽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투자를 진행한다"며 "국내에서는 여전히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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