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업계 '양극화' 심화...해외 기술력…자본·기술 합자기업만 생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아주차이나 정혜인 기자
입력 2017-12-22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해외브랜드 인수 지리·창청자동차, 中 시장서 판매량 큰폭으로 증가

  • 인지도 낮은 토종 업체들 퇴출 위기…치루이·중타이車 등 '몰락의 길'

중국 지리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보웨(博越)'. 보웨는 올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판매량 3만884대를 기록하며 지리자동차 차량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사진=바이두]

 
중국 자동차 업계의 인수·합병(M&A) 열풍이 현지 브랜드 간 양극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해외 기업과의 협력으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린 중국 업체는 승승장구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업체는 점차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순수 중국 자동차업체의 기술력과 인지도로는 시장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자본 해외 유출을 막고자 지난해 말부터 해외 M&A를 강력히 규제했다. 하지만 자동차·에너지·철강 등 산업의 해외투자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당국이 자동차산업 육성에 집중함에 따라 자동차와 관련된 해외기업 인수 움직임은 가속화됐다. 글로벌 자동차 수출국으로의 전환이라는 정부 차원의 포부 아래 자동차 업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진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발판 삼은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해외 M&A를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첨단 기술력을 확보해 국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리(吉利), 창청(長城)자동차는 해외 유명 브랜드 인수 후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지난 11월 지리자동차의 판매량은 14만1265대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 증가했다. 올 1~11월의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6% 급증한 109만3491대로 연간 판매 목표치를 이미 달성했다,

지난 해까지 14년 연속 중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위 자리를 지켜온 창청자동차의 11월 판매량은 13만1062대이고, 1~11월 누적 판매량은 94만4576대로 집계됐다. 특히 올 4월 상하이(上海)모터쇼에서 공개한 프리미엄급 새 SUV ‘웨이(WEY)’는 출시 7개월 만에 6만대 이상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해외 12곳에 생산 공장을 둔 창안(長安)자동차도 지난달 14만9198대(승용차 10만9400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최근에는 이란·러시아·브라질에 7개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해외 브랜드와의 합자 경험, 기술력 공유 파트너가 없는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시장 경쟁에서 낙후되며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한때 중국 차세대 자동차 브랜드로 각광받던 치루이(奇瑞)자동차와 중타이(众泰)자동차다.

중국 자동차 전문매체 가스구(Gasgoo·蓋世汽車)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 유망주로 불리던 치루이와 중타이의 추락은 토종 자동차 업체들 사이에 양극화가 존재하고, 그 배경에 '해외 투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치루이자동차는 지난 2009년 당시 연간 판매량 50만대를 웃돌며 폭스바겐과 버금갈 정도로 인기를 받았고, 중국 대표 자동차 브랜드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7년 후인 2016년에도 치루이의 판매량은 50만대에 머무르며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지리와 창청자동차에 역전당하기도 했다.

중타이자동차는 거액을 들여 외국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한 창안, 지리, 비야디(BYD) 등과 달리 타사 제품을 모방한 모델만 출시해 제품 경쟁력을 잃으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가스구는 “치루이의 자동차 제조실력은 일찍부터 중국 내 최고로 꼽혔지만 이후 눈에 띄는 발전이 없었다. 디자인 설계 역시 몇 년째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며 “이로 인해 주요 소비 세력인 젊은 층의 이목을 끌지 못해 판매량은 점차 감소했다”고 꼬집었다.

중국 자동차 소비시장은 자동차 스타일(造型)을 구매 기준으로 둔 주링허우(90後, 1990년대 출생자) 소비층이 이끌고 있다. 바링허우(80後, 1980년대 출생자) 소비층은 구매를 결정할 때 자동차 품질을 더 따진다. 

아울러 “브랜드 특징없이 타사 제품 베끼기에만 집중했던 중타이 역시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며 낙후됐다”며 “치루이는 이미 중타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기술·디자인 부문에서의 개선이 없으면 내년에는 제4그룹에도 진입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의 구도는 제1그룹에 지리·하푸(哈弗, 창청자동차의 SUV 브랜드)·창안이, 제2그룹에는 상치(上汽, 상하이자동차)·광치(廣汽, 광저우자동차)·비야디가 포함된다.

중국 자동차업체 간 양극화 현상은 최근 이슈가 되는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에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최근 전기차, 동력배터리 등 신에너지 자동차 관련 업계에는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신규 정책이 제정돼 공개를 앞두고 있고, 보조금 삭감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신규 정책의 보조금 삭감은 전체 삭감이 아닌 기술적 우열을 바탕으로 결정해 궁극적으로 업계의 기술 향상, 산업 네트워크 활성화를 목표로 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업화신식부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내년부터 항속거리 150km 미만인 신에너지 자동차는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며 “지방 보조금도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기술적 우세에 있는 선두기업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지고, 그렇지 못한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하락할 것으로 보여 업계 간 양극화 정도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