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는 '창대' 심사 속도는 '미약'…85%가 국회서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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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17-09-1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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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국회 출범 이후 의원 발의 8504건…1335건 통과 처리율 15.69%

  • 법안소위 개최 강제성 없어 한계 보여주기·실적쌓기 "일단 내놓고 보자"

  • 표창원, 월 2회 심사 소위 운영 법안 대표발의…치열한 정책 경쟁 기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는 20대 국회 개원 이후 법안 발의 건수가 가장 많은 상임위원회다. 그러나 법안 처리율은 두 상임위 모두 하위권에 속한다. 민생과 직결된 법안을 다루는 두 상임위에서 수많은 법안이 '낮잠'을 자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들 법 중에는 중복된 법이나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용'도 많지만, 수많은 법안을 쏟아낸 뒤 막상 법안 처리를 위한 심사는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두 상임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 개의 횟수는 상임위별로 다르지만, 관행상 보통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린다. '국회 보이콧' 사태 등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이마저도 안 된다. 국회가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를 실현하고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선 상임위의 법안 심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소위에 상정된 안건 49건을 심사하는 모습. [사진=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 '일하는 국회' 내건 20대 국회··· 법안 발의 늘었는데 처리율은↓
 
13일 오후 3시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6월 20대 국회 출범 이후 의원 발의는 8504건, 정부 제출 법안은 504건으로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모두 9008건이다. 이 가운데 의원 발의 법안은 1335건만이 통과돼 처리율이 15.69%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뒤 각 상임위원회에 상정되면 이 중에서 여야 간사가 법률안 심사를 담당하는 소위에 회부할 법안을 선별해 협의한다. 간사 간 협의로 선별된 법안은 법안소위에 올라 심사 과정을 거친다. 이후 다시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상정해 의결되면, 법제사법위원회를 지나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된다.

20대 국회 들어 가장 많은 법이 발의된 상임위는 행안위다. 행안위의 소관 부처는 행정안전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방자치단체 등이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다루는 셈이다.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1년 3개월여간 무려 1152건을 발의했지만 처리된 법은 172건(14.93%)에 불과하다. 국민의 생명권, 건강권과 관련된 법을 다루는 보건복지위원회는 993건으로 전체 상임위 가운데 2위로 많은 법을 발의했지만, 처리율은 17.62%에 그쳤다.

문제는 법사위와 본회의 전 상임위 법안소위의 심사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행안위의 경우 1개의 예산심사소위와 2개의 법안소위(안전·선거법 심사소위원회, 행정·인사법 심사소위원회)를 운영하는데, 2017년 들어 법안소위는 각 7회만이 열렸다. 1000여건의 법이 계류된 상황에서 법안 심사 횟수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보건복지위의 경우 지난 3월 이후 단 한 차례도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았다.

물론 이 가운데는 중복된 내용이나 '보여주기식' 법안도 많다. 각 정당에서 대표발의 법안 건수를 공천 기준의 하나로 삼은 전례가 있어 발의 건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완성도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법안을 쏟아내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는 등 사회의 다변화 흐름에 맞춰 새롭게 필요한 법이 발의되거나, 기존 법 가운데 사회적 약자 보호 기능이 미비해 당장 개정해야 하는 법도 많다.

행안위 관계자는 "경찰들이 실무상으로 국민을 도와주고 싶은데 특정 조항 때문에 해결이 안 되는 문제, 특정 유형 사고를 막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 등 대부분 여야 쟁점 없이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이 많다"고 했다.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 위원인 한 의원은 "법안 소위의 경우 여야 간사가 모두 합의해야 열리고, 법안 처리도 5당 모두 명확하게 '찬성' 의견을 표시하지 않으면 보류된다"며 "법을 처리하기 위한 법안소위가 법 처리 과정에서 오히려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입법권' 가진 국회··· '자성' 목소리 "상시적 운영하자"

법안소위 개최에 강제성이 없어 2, 4, 6, 8월 열리는 임시회 때는 정기국회로 법안소위 개회를 미루는 일도 다반사다. 예산결산안의 경우 심사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법률안은 심사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법안소위를 열려는 유인도 약하다. 이런 식으로 법안 소위에 발이 묶여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법안이 19대 국회에선 1만건이 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상임위별 법안 심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일고 있다. 행안위 소속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기 여부와 관계없이 매월 2회 이상 법안 심사 소위를 운영하게 하는 법안을 조만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표 의원실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지금처럼 법안 소위가 한두 달에 한 번만 열린다면 대부분 임기만료 폐기될 것"이라며 "법안 심사 테이블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폐기되는 법이 많다면 의원들이 생색내기 발의 건수를 올리면서 (법 내용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표창원안'의 경우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매월 의사일정을 공표하게 했기 때문에 법안 소위 의사일정이 사전에 공개된다. 법안 심사 일정과 내용이 공개되면 여야의 각 법안을 둘러싼 찬반 논리를 국민이 판단할 수 있고, 보다 치열한 법·정책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복지위원장이 양승조 민주당 의원도 임시회 회기 중 1회 이상 개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가 파행 사태를 겪으면 법안 심사도 같이 못 하게 된다"며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적시성 있는 법안이 많이 발의되고 발의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국회 시스템은 그대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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