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를 이끌 황금산업 ⑦로봇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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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입력 2017-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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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 산업혁명 핵심 '로봇'… 정부 폭풍지원으로 '고도화·규모화' 가속

  • 中, 세계 최대 로봇 소비시장… 노령화 대비 산업용 로봇 산업 적극 육성

  • 전국 곳곳서 로봇 전시회·경진대회 등 정부 지원 업고 기술력 향상 주력

중국 로봇 ‘커자’(可佳)가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2017 세계 로보컵 대회’의 ‘조작’(Manipulation)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커자는 중국과학기술대가 지난 2009년 개발한 로봇이다. 신축성 있는 물질로 구성돼 있어 ‘소프트 바디(soft body) 로봇’으로 불린다. 두 개의 손가락을 가진 손 부분이 가스로 채워진 부드러운 근육을 갖고 있어 물체를 밀착해서 잡는 것이 가능하다.

커자가 우승한 것은 정교한 손재주 덕분이었다. 조작 부문은 변수가 다양한데다 난이도가 높아 가장 권위 있는 부문으로 꼽힌다. ‘로보컵 대회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7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2017 세계 로보컵 대회’의 ‘조작’(Manipulation)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중국 로봇 ‘커자(可佳)’.  [사진=신화망]



커자는 여러 곳에 놓여 있는 물체(오렌지나 컴퓨터 마우스, 우유병, 샴푸)를 잡거나 위치를 이동시키고 사람에게 전달하는 등의 미션을 빠르고 완벽하게 수행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물체를 보고 빠른 속도로 정확한 거리를 계산한 뒤 곧바로 움직이는 내비게이션 기능도 높은 점수를 받는데 한몫했다.

한 달 앞선 6월에도 중국 로봇 산업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중국 전자상거래 2위 기업인 징둥(京東)은 창립기념일(6월 18일)을 기념해 쇼핑 축제를 기획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행사였다. 징둥은 행사기간(6월 11~18일)에 총 1199억 위안(약20조1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징둥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숨은 주역 중의 하나는 상품 자동분류 로봇이었다. 택배 분류 효율이 기존 분류 시스템에 비해 5~6배 향상됐다. 로봇 한 대가 1시간에 3600개의 상품을 분류했다. 1초에 1개꼴로 분류한 것이다.

중국이 로봇 산업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로봇 굴기(崛起)’를 선포한 건 지난 2014년도의 일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중국 로봇 산업의 기술력을 향상시켜 세계 로봇 시장을 점령하자”고 말했다. 그해 중국과학원 연설에서였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술적 발전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로봇 산업은 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내 로봇 관련 기업은 6000개에 달하지만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고 상당수 기업이 조립 및 가공 기업이다.

현집망(賢集網)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장 많은 로봇기업이 분포한 지역은 광둥성(1258개사)이다. 장쑤성(923개사), 상하이(611개사), 저장성(487개사), 산둥성(446개사)이 뒤를 잇는다. 중국 전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로봇 산업단지 수도 40개가 넘는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로봇 산업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10대 주요 전략 산업에 로봇 산업을 포함시키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로봇 산업에 있고, 로봇 산업에 중국 미래의 한 축이 달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로봇 소비시장이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시장은 전 세계 시장의 4분의1을 차지한다. 중국 내 로봇 판매는 4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상산업발전연구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산업용 로봇 판매량은 9만2006대였으며, 올해는 11만5000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은 5만7000대, 2015년은 6만8000대 수준이었다.

중국 간업정보망은 올해 중국에서 사용되는 로봇이 총 47만 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북미지역에서 올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29만 대에 비하면 67%나 많은 수치다. 노동자 1만 명 당 로봇수량을 의미하는 로봇 밀도는 2015년에는 51대로 세계 평균 69대의 3분의2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100대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로봇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데는 노령화와 이에 따른 노동력 부족현상 타개를 위한 측면이 크다. 제조업이 발달한 곳일수록 더욱 그렇다. 제조업이 발달한 광둥성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커 로봇의 인력 대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광둥성이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광둥성의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전년 대비 45.2% 늘었다. 2만2000대의 로봇이 새로 보급된 것이다. 광둥성의 산업용 로봇 보유량은 6만 대를 넘어섰으며, 이는 전국 산업용 로봇의 8분의1을 차지하는 수치다.

광둥성 내 경제특구이자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深圳)시 남산(南山)구 내에만 35개의 전문 로봇기업이 있다. 선전시는 로봇 산업의 핵심기술 보유, 광범위한 시장, 높은 산업 집적도, 우월한 혁신 메카니즘 환경 등을 기반으로 2020년 중국을 선도하는 웨어러블 설비 및 스마트장비 산업 제조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 광둥성의 주요 제조기지인 동관(東莞), 불산(佛山)시의 경우 보조금 지원 및 금융 리스, 담보 대출 등의 방식으로 기업에 로봇 사용을 장려해 ‘로봇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광둥성은 올해 로봇 중견기업 15개 육성과 로봇 산업기지 4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로봇 강국’이 되겠다는 중국몽(夢)은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는 자국 기업의 핵심기술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중국산 로봇 기업의 자국 시장점유율은 30% 수준이다. 핵심 부품은 독일과 일본 등지에서 들여오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 류지호 로봇성장사업단장은 “중국의 로봇 산업은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에 힘입어 기술의 고도화와 규모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다른 산업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로봇 산업 분야에서도 중국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생산하는 로봇은 중‧저급품에 해당하는 3축 로봇이나 4축 로봇이 대부분이다. 6축 다관절 로봇 생산기술이 낮은 탓이다. 중국 정부가 로봇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중국공업정보화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로봇산업 발전규획’을 통해 2020년까지 국내 브랜드의 산업용 로봇 연간 생산량 10만 대 달성, 6축 이상 산업용 로봇 생산량 비중 50% 달성, 국제 경쟁력 보유 중점기업 3개사 이상 육성 계획을 밝혔다. 규획의 골자는 로봇 산업의 규모화, 기술 육성, 핵심부품 생산, 통합응용 확대였다.

규획은 또 자동차, 기계, 전자, 위험물질 제조, 화공 등 분야에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의료건강, 가정서비스, 교육오락 등 서비스 로봇 분야 신제품 개발 및 시장화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로봇 감속기, 구동기, 제어기 등 핵심부품과 시스템 설계 등 첨단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제적인 학위논문 서비스업체인 프로퀘스트(ProQuest)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사인 일본 FANUC, ABB(스위스), YASKAWA(일본), KUKA(독일) 등 4대 글로벌 로봇 기업이 전체 산업용 로봇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중국 내에서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중상정보망에 따르면 중국 로봇시장 점유율은 FANUC이 13%로 가장 많고, YASKAWA(12%), KUKA(10%), ABB(9%)가 뒤를 잇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제품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설비이며, 제조·설치·검사·물류 등 생산공정 과정 등에 사용된다. 중국 전동망이 발표한 ‘2016년 중국의 산업별 로봇 사용비중’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이 전체의 32%로 가장 많고 전기기계산업(21.5%), 식료품 산업(15.2%) 순이었다.

산업용 로봇이 아닌 서비스 로봇의 시장규모도 연 20%씩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내수시장 수요가 성장의 기반이다. 중국은 서비스 로봇을 ‘인류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첨단기술이 집약된 지능화 설비’로 정의하고 있다. 사용되는 분야에 따라 가정용, 교육 및 오락용, 보안용, 장애인용, 노인용, 의료용, 응급구조용 등으로 나뉜다.

서비스 로봇의 상징적인 분야가 청소다. 중국의 로봇청소기 전문 메이커이자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성비갑(甲)’을 자랑하는 에코백스 로보틱스(ECOVACS Robotics)는 청소로봇 분야에서 연속 6년 1위를 달성한 글로벌 기업이다. 이 에코백스는 최근 우리나라 국내 소형 가전시장에 신제품 3종을 소개하며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중국에는 중국 최대의 로봇 전문 전시회인 ‘중국국제로봇전시회(CIROS; China International Robot Show)’를 비롯 ‘중국(천진)국제로봇전시회(CIRE)’ 등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이달 말(27~29일)에는 또 하나의 전시회가 만들어진다. 광저우에서 개막하는 ‘중국국제로봇, 스마트장비 및 제조기술 전시회(RobolMEX)’가 그것이다.

지난 6일 중국 선전에서는 중국 최대 규모의 학생 로봇경연대회이자 세계 최대 로봇 전투 스포츠인 ‘로보마스터(RoboMaster)’ 결승전이 열렸다. 세상에 없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학생들의 눈빛은 뜨거웠고 행사장은 뜨거운 열기와 함성으로 가득했다.

세계 최대 드론 업체인 다장(大疆·DJI)이 주최한 올해 대회에는 중국 전역의 195개 대학 7000여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로보마스터는 지난 2015년 시작됐으며, 지난 3년간 중국 내 400개 대학에서 2만여 명의 학생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회 참가 팀에게는 로봇 개발 비용이 지원된다. 지원자는 정국 정부다. 대학들은 참가 학생들에게 학점을 준다. 행사를 주최한 DJI는 학생들에게 자율주행과 센서 기술 등 로봇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한다. 중국의 로봇 인재 육성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중국의 ‘로봇 굴기’가 뜨겁다. 중국이 로봇 강국으로 우뚝 솟아오른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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