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자유경제원 해산에 조건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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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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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자유경제원 최승노 부원장을 만났다. 5·9 대선이 보름쯤 남았을 무렵이다. 당시 자유경제원 출연자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존폐 위기에 처해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공범으로 지목됐다. 전경련에 비한다면 자유경제원은 그나마 괜찮을 줄 알았다. 실제로는 다를 게 없었다. 그는 자유경제원에 대여섯명만 남았다고 얘기해줬다. 반년 전만 해도 사람이 훨씬 많았다. 이사와 직원을 합쳐 스물다섯명쯤 됐다.

물론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 전경련뿐 아니라 자유경제원도 정경유착이나 정치개입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종북 저격수를 자처하면서 보수 성향이 아닌 정당을 모조리 공격했다. 총선 때마다 입맛에 안 맞는 정치인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벌였다. 반대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는 보수 정당 나팔수로 망설임 없이 나섰다. 이름이 무색했다. 자유경제원은 경제 대신 정치에만 힘을 뺐다.

그래도 대여섯명만 남았다는 얘기에는 꽤나 놀랐다. 자유경제원이 처음 맞는 위기일 거다. 전경련이 4대 재벌 탈퇴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지원이 끊긴 탓이다. 애초 전경련은 1997년 약 130억원을 출연해 재단법인 자유경제원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해마다 20억원 안팎을 보태줬다. 다수가 수긍할 공익사업이나 연구용역 없이 넉넉한 살림을 누려온 이유다.

당장은 버틸 모양이다. 자유경제원은 그럴 수 있다. 회계장부로는 여전히 부자다. 자산이 2016년 말 127억원에 달했다. 금융자산만 95억원 이상이다. 여기서 이자수익이 해마다 3억원 안팎씩 생겼다. 부채는 400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사실상 무차입 운영을 하고 있다. 물론 전경련에 더 이상 손을 벌릴 수는 없다. 그래도 대여섯명이 숨죽인 채 지내기에는 충분한 자산일지 모른다.

실제로 개점휴업 상태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은 두 달 전쯤 후임을 정하지 않은 채 떠났다. 최승노 부원장이 사실상 원장 업무를 맡게 됐다. 그런데 작디작은 숨소리조차 안 들린다. 이미 네댓 달 전부터 모든 일에서 손을 놓았다. 재단법인 목적사업을 위한 새 행사가 아예 없다. 자유경제원 홈페이지도 멈췄다.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보고서까지 모두 지웠다.

그러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전경련에 달렸다. 분위기가 갈수록 나빠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나흘 전 새 정부에 전경련 해체를 요구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즉시 설립 허가를 취소하라는 거다. 가능한 일이다.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와 취소는 민법에 따라 주무부처에서 맡는다. 민법과 하위법령은 이렇다. 주무관청은 목적 이외 사업을 하는 비영리법인을 해산시킬 수 있다. 허가 당시 조건을 어기거나 공익에 반하는 행위를 해도 마찬가지다. 남은 자산은 국고로 들어간다.

해산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얼마 전 2016년 사업보고서를 내놓았다. 관심을 가졌던 회계장부는 없었다. 신산업 발굴과 육성방향 제안, 해외시장 개척, 글로벌 경제협력 네트워크 확대가 성과로 꼽혔다. 사회공헌 지원과 시장경제 교육, 기업가 정신 확산도 담겼다. 회계장부가 없으니 사업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생겼다. 물론 이런 사업에만 돈을 썼다면 가장 큰 재계단체라는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을 거다.

그렇지만 해산에는 아직 조건부 반대다. 전경련 역사는 1961년 설립 이래 반세기가 넘는다. 자유경제원도 올해로 스무 돌을 맞았다. 버리기에는 쌓아온 노하우가 걸린다. 모든 구성원이 조직적으로 일탈에 가담하지는 않았을 거다. 심각한 잘못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일부 수뇌부가 범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자유경제원 안에도 종북몰이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편파적인 인사가 번번이 수장에 올라 조직을 망가뜨렸다는 거다. 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 물론 조건은 붙는다. 사업보고서에서 언급한 일만 하자. 살림살이를 빠짐없이 밝혀라. 인사는 외부에 맡겨 공개적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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