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대통령의 눈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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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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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차장 주진]

‘이니’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니’는 문재인 대통령의 애칭이다.

취임 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90%에 육박할 정도로 고공행진 중이고,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화제다. 문 대통령이 즐겨 마시는 커피와 착용한 안경, 최근 기자들과의 산행에서 입은 등산복, 관련 서적 등 문 대통령의 아이템도 덩달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돌 수준의' 강력한 팬덤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절묘한 포석 같은 파격 인사와 적폐 청산을 위한 과감한 업무지시로 신선한 충격을 줬고 심금을 울리는 수사적 미학의 언어들, 검소하고도 소탈한 일상, 이웃주민처럼 다가와 따뜻한 소통까지, 감성적 터치로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요즘 최고의 유행어는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일 정도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국민의 과분한 칭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상을 위한 노력이 특별한 일이 될 만큼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심각하게 비정상이었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민주주의는 30년 전으로 퇴행했고, 상식과 정의는 실종됐다. 지난 보름간 문 대통령이 보여준 ‘핵사이다급’ 조치들은 억압과 억지, 몰상식의 역사를 단숨에 바꾸는 시원한 물줄기였다. 상식과 공정, 정의라는 촛불의 가치를 새 정부가 이뤄주기를 염원했던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저의 꿈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다.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省察)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은 국민밖에 없다. 국민만 보고 상식에 의거해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뚜벅뚜벅 가는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취임 100일 이내 적폐 청산과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너무 성급하게 서둘러선 안 된다. 개혁의 완급 조절과 선정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가 돼야 한다.

대통령의 추상같은 업무지시와 ‘선한 의지’만으로 엄중한 안보 현실 타개와 개혁 드라이브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초대 내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란으로 취임 후 첫 난관에 부딪혔다. 이들의 인사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조각도 지연되고 있다. 경제와 안보 난제를 풀기 위해 한시라도 급한 국정 정상화는 정쟁으로 뒷전에 밀리고 있다.

‘빵 한 조각·닭 한 마리’에도 사연이 있겠지만(임종석 비서실장 사과문 중 비유 구절), 어찌됐든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을 내걸었던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원칙적으로 어긴 것이다.

그동안의 탈권위 소통 행보를 보여줬던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 대신 직접 국민 앞에 서서 ‘선거 캠페인과 국정 간에 현실적인 괴리가 있다’고 솔직하게 머리 숙였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면서 개혁과 탕평을 기치로 발탁한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생활형 위장전입이 부동산 투기와 학군을 목적으로 했던 과거 정부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나갔더라면 정국이 이렇게까지 난마처럼 꼬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정치도, 개혁도 결국은 명분이 중요하다.

스스로 어용 지식인이라 지칭한 유시민 작가는 "높은 지지율이 불안하다. 지지율이 높을 때 오히려 비극의 씨앗이 뿌려진다"고 경고하면서 "결국 높은 지지율 유지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주는 여우와 사자를 본받아야 한다. 사자는 올가미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여우는 늑대로부터 자기를 지키지 못한다. 올가미를 알아차리려면 여우여야 하고 늑대를 놀라게 하려면 사자여야 한다."

문 대통령은 사자의 용기와 여우의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최고의 지략은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와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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