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의 부동산 인더스토리] 부동산 정책, 새 정권에 바라는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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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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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 장관은 전문적 식견 있는 능력자로

  • -주택을 공공재로 보는 멍청한 관점 버려야

  • -정책의 연속성은 '전 정권 좋은 일'이란 생각 바꿔야

  • -50조 뉴딜사업에 LH 등 공기업 호구 삼아선 안돼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판세대로라면 9일 대선에서 진보성향 후보에게 승리의 여신이 미소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진보는 곧 반시장·반기업적이란 공식의 틀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진보성향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보유세 인상과 임대료 상한제,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의 교과서적 공약들을 꺼냈다. 보유세 인상 등은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수위 조절에 나섰지만  칼날이 무뎌진 게 아니라 잠시 칼집에 넣어둔 것일 뿐이다. 

새 대통령에게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몇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우선, 차기 장관은 국토·교통 정책에 전문적 식견이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

장·차관 인사가 권력투쟁의 결과를 나누는 논공행상의 자리란 점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능력이 떨어지는 떨거지가 요직에 앉아서는 안 된다.

유일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현 경제부총리)은 국토부 장관 재임시절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배짱이가 됨으로써 본의 아니게 가장 친시장적인 전 장관으로 남는 영예(?)를 안았다.

강호인 현 장관은 국토부 안팎에서 역대 장관 중 가장 부지런한 장관으로 꼽히지만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권 부실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문제로 떠넘기려는 금융수장의 꼼수를 막아내지 못한 치명적 과오를 범했다.

둘째, 주택을 공공재로 바라보는 관점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진보정권의 오류 가능성은 주택을 공공재로 접근하는 것이다. 주거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따라서 주택 시장에서의 공공성은 강조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정권은 때때로 공익과 개념을 혼동해 주택을 공공재의 범주에 넣어버리는 바보 같은 짓을 일삼았다.

주택은 공익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어떤 경우에도 공공재가 될 수 없다. 주택은 누구나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지불하고 매입해야 하는 상품이다. 정부 재정이 투입돼 누구나 시장가격보다 싸게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소유한 주택은 다른 사람이 공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극히 배타적이며 경쟁적인 상품이다.

부자는 비싼 고급 주택을 자유롭게 살 수 있고, 돈이 없는 사람은 질이 낮지만 값이 싼 주택을 선택하면 된다. 그게 시장원리다.

최근 강남 재건축 가격이 치솟는 것은 고급 주택을 사려는 부자는 많은데 고급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장 원리대로라면 고급 주택 공급이 늘어야 하는데 정책은 이와는 반대로 간다.

고급 주택 수요를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강남 특정 지역에 분양권 전매를 제한한 게 대표적이다. 대선 후보들은 너나없이 보유세를 늘리겠다고 한다. 과거엔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바보 같은 정권도 있었다.

명분은 일부 재건축 가격이 폭등해 전체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에르메스와 샤넬 백 가격이 올라 서민들이 서류 가방을 사기 어려워졌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샤넬백과 일반 중저가 가방은 시장 자체가 다른데 유독 주택시장은 고급상품과 중저가 상품, 서울과 제주도를 같은 범주 안에 놓고 정책을 짜려고 한다. 고급 주택에 대한 수급조절과 공공임대주택 등 서민 주거 안정 정책은 분리돼야 한다.

정책의 연속성이 '전 정권 좋은 일만 하는 것'이란 후진적 판단도 바뀌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너나없이 손바닥 뒤집듯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 어떤 정권은 치솟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세금과 금융부담을 높였다. 다른 정권은 공급을 대거 늘리기도 했다. 각각 시장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공교롭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장상황이 그렇게 정반대로 갔을까를 생각하면 정치적인 선택일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공기업이 호구란 생각도 버려야 한다.

문재인 후보의 50조원 규모의 도심재생 뉴딜사업은 풍부한 싱크탱크의 산물이다. 택지개발이 제한된 상황에서 새로운 뉴딜정책의 무대는 도심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제한과 50조원의 마중물이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학습이 결합된 산물이다. 이번 공약에서 제갈량 역할을 한 인물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문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문제는 방식이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도심재생은 수익성 측면에서 건설업체들도 군침을 흘리고 있는 시장이다. 따라서 기부채납과 그에 따른 용적률 완화 등 적절한 인센티브로 자유로운 민간 참여의 물꼬만 터줘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될 사업들이다.

문제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열악한 도심재생 대상 지역들이다. 서울시 재개발 사업들이 속속 출구전략을 택하는 것도 재생의 필요성에 비해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이 투입되거나 공기업이 부채로 떠안아야 하는 데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공기업 정상화 과정에서 부채 감축을 지상 과제로 천명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사장들이 전 정권의 기조와 정 반대인 새 정권의 요구에 반기를 드는 것은 임기를 채울 수 없다는 것과 동의어다.

새 정권은 인사 과정에서 이 같은 상황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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