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우리가 아는 중국, 그리고 모르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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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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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우리 사회에 언제부턴가 뭔가 잘못되면 내 탓이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도 경제가 잘 굴러가지 않으면서 생겨나는 일종의 매너리즘이기도 하다. 작년 연말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저가(低價) 관광 단속, 수입 화장품 품질 단속 강화, 한한령(限韓令)을 통한 중국 내 한류 유통 금지, 전기차 배터리 규제 등과 같은 일련의 조치들이 잇따라 터졌다. 대부분 한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중국 정부가 부인을 하면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드를 아직 배치도 하지 않았는데 중국 정부가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하고 있다고 푸념을 한다. 심지어 경제도 좋지 않은 판에 사드를 들고 나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침착하고 냉정한 자세로 중국 정부의 속내와 계산법을 읽어내는 성숙된 지혜가 필요하다. 섣불리 대응하다간 우리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전체의 판세를 읽을 수 있으면 유연한 해법을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력 측면에서 중국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지만 제조업 혹은 기술력 측면에서 아직도 미흡한 것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그들의 1차적 목표는 전 산업에서 한국을 뛰어넘는 것이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한국 기업 벤치마킹이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한국을 반드시 넘어야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중 수교 이후 지난 24년 동안 중국은 줄기차게 한국과의 기술력 차이 해소에 엄청난 역량울 결집시키고 있다. 우리가 일본을 극복할만큼 상당한 수준의 제조업의 저력을 확보하였다고 하지만 핵심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섬유를 비롯하여 조선, 철강, 자동차, 가전, IT, 플랜트·엔지니어링 등 대부분의 산업군에서 중국 앞에 한국이 버티고 있다. 물론 태양광, 고속철, 전기차, 드론(상업용) 등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 가는 분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이 목표로 하는 2025년 제조업 강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한국의 제조업이고, 여기에는 반도체 혹은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다.

기술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이 선진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M&A 공세도 모두 이와 관련이 있다. 고속철, 전기차(배터리 포함), 드론 등과 같이 글로벌하게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분야에는 소위 차이나 머니(China Money)라는 막대한 자본력을 투입하여 일시에 ‘First Mover(시장 선도자)’가 되는 바이패스(bypass)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전략을 큰 틀에서 보면 전통산업에 대한 한국 따라잡기, 신산업에 대한 글로벌 시장 선점이라는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음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화장품 굴기(崛起)이다. 이는 패권 국가로 가기 위한 중국의 소프트파워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전 세계인들로 하여금 중국산 화장품을 바르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산 화장품이 세계 시장에서 그나마 선전을 하면서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불과 10여 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본다면 중국으로서도 전혀 승산이 없는 게임이 아니다.

더 이상 중국과의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 지양해야

이렇게 보면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착각이 아니라 냉엄한 현실이다. 양국 간의 기슬력에 대한 객관적인 비교를 보더라도 산업별로 다소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와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반적으로 우리와의 격차가 2∼3년 차이로 짧아지고 있다는 볼맨 소리마저 나온다. 그러나 이는 중국 제조업의 현장을 모르고 단지 시장에 나오는 완제품만을 두고 하는 평가로 실제로 이보다는 좀 더 갭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점에서 사드 배치는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 당장에 손을 볼 수 있는 산업에 대해 적절한 핑계 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여행 제한, 화장품 혹은 한류에 대한 단속 강화도 자국민으로 하여금 한국에 가서 쇼핑을 하지 않고 중국 내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이다. 줄어드는 외환보유고를 방어하기 위해 불필요한 외화 반출을 줄임과 동시에 자국 화장품 산업을 본격적으로 욱셩해 보겠다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다.

우리가 중국을 많이 안다고 하지만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표피만 알고 내면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 수준이다. 한·중 양국 간의 단순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중국을 제대로 알 수 없다. 글로벌한 시각에서 들여다 봐야 중국의 정책 배경, 속내, 야심, 향후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분야에 따라 시간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이 중국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시가 돋칠 정도이다. 혹자는 우리가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하소연한다. 그리고 중국을 다녀오면 왜 우리가 망하는지 알 수 있다는 냉소적인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별로 틀린 말은 아니다. 무슨 일이 터지면 말초적인 방법으로 막무가내식 접근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처방도 만들지 못하고 본질로부터는 더 멀어진다. 중국과의 사이에서 어떤 불상사가 터지면 중국보다 우리가 더 당혹해 하는 것은 힘에서 밀리는 약점도 있지만 상대의 의도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엄청난 속도로 따라오는 중국에 대해 계속 우리 뒤에만 있으라고 하는 것은 가능치도 않고 그렇게 될 리도 없다. 더 이상 도토리 키재기 식의 중국과의 경쟁은 무용지물이며,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도 않다. 이제부터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중국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여 그들과의 일정 수준 격차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제3국 시장에서 우리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장품 등의 분야에서는 중국산의 현지 시장 침투를 최대한 방어하는 철저한 시장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 제조업 강국이 되기 위한 중국의 욕심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반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중국 제조업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 핵심 기술의 유출에 대안 억제력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다. 갈 길 바쁜 중국의 앞에 장밋빛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암초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중국의 의중을 꿰뚫고 있으면 우리의 행동반경이 그만큼 넓어지고, 손해 보지 않는 전략·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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