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더럽고 불편했던 학교 화장실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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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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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부 강승훈 차장

[사회부 강승훈 차장]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외형적인 변모를 비유적으로 적은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서울시민에게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1965년과 비교했을 때 남성의 키가 평균 10㎝, 몸무게는 15㎏ 늘어났다. 여성들도 이 기간 키와 몸무게가 각각 4.4㎝, 5.7㎏ 증가했다. 또 암, 자살, 당뇨병이 주요 사망원인으로 나타났고 출생아 수는 4분의 1 가량(인구 1000명당 37.3명→8.4명) 줄었다.

생활과 관련해서는 최근30년 동안 대표적 서민 먹을거리 자장면의 값과 대중교통 수단인 시내버스 요금이 약 30배씩 올랐다. 영화관람료 22배, 목욕탕 요금은 28배 뛰었다. 전체 주택의 100집 가운데 5곳도 안됐던 아파트는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크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학교 화장실이 여기 해당된다. 환갑 전후의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가끔 옛 학창 시절을 회상할 때면 언급하는 재래식(동양식) 변기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시내 초등학교 616곳의 변기 5만5000여 개 중에서 3만2000여 개가 서양식 변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달리 말하면 10개 중 4개 이상이 아직 재래식이란 의미다. 1960~1970년대 옛것이 자식 세대에서도 상당수 사용되고 있다. 생각만으로도 비위에 거슬릴 정도로 구린 냄새가 풍겨지는 듯하다. 당장 손바닥으로 코와 입을 덮으면서 자리를 피하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H고교 1학년 허모군은 "화장실이 더럽고 이용하기 불편해서 학교 끝날 때까지 참거나 심한 경우 야간자습을 마치도록 참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그간 느낌을 교육당국의 현장방문 당시 토로했다. 화장실시민연대가 2012년 벌인 설문에서 학생 64.7%가 '학교시설에서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곳'으로 화장실을 꼽았다. 처음 취학하는 아이라면 그 사용법을 몰라 볼일 보기를 꺼리고, 심지어 문화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2010년 교육청 자료를 보면, 변기 1개당 적정 학생 수는 11명이다. 하지만 일부 학교는 변기 1개를 39명이 이용할 정도로 여전히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와 자치구, 시교육청이 협력해 2020년까지 낡고 비위생적인 초등학교·중·고교 화장실을 완전 퇴출시킨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야말로 학생들의 건강한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사용자인 학생 눈높이에 맞춰서 밝고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꾸미고 꿈꾸는 학교 화장실, 함께 꿈'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성인 나이를 훌쩍 넘긴 화장실 66개교 307개동은 2018년, 16년을 넘긴 212개교에 1197개동의 경우 2020년 이내 개선할 예정이다. 이로써 모든 학교의 서양식 변기 비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학생, 학부모, 디자인디렉터, 일반시민이 다 참여해 '만들어주는 화장실'이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곳'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향후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학교에 대한 애정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학교 화장실의 변신은 단연 무죄라 결론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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