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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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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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경제부장]

아주경제 김태균 경제부장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주제가에 나오는 문구다. 여기서 ‘승자’란 소위 그 시대의 기득권층을 대변한다.

우리 역사도 그렇다. 고조선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역사는 대부분 왕을 비롯한 집권층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이다.

백성의 삶에 대한 기록은 단편적이다. 특히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민초(民草)의 삶은 한두가지 사례나 지표로만 기록될 뿐이다.

향후 100년후, 역사가들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어떻게 기록할까? 우리 후세들도 역시 서민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지표를 통해 유추할 것이다.

2016년 12월 우리 경제의 지표를 통해 본 서민의 삶은 가혹하다.

박근혜 정부 4년간 1인당 GDP 증가액은 1486달러에 불과하다. 문민정부시대 이후의 역대 정권과 비교해 볼때 IMF(외환위기)를 맞은 김영삼 정부 시절을 제외하고 최저다.

국가부채 921조원, 누적재정적자 167조원 등 모든 지표 역시 최악의 상황이다. 특히 서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가계대출 증가액은 집권 3년6개월만에 458조원이 증가했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에 달한다.

외환위기 시절 국가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자, 국내 은행들은 외국계 은행에 소위 ‘일수’를 찍으러 다녔다.

지금 서민의 삶이 그렇다. 매달 밀려오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 또다른 대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빚이 또다른 빚이 되고, 결국 파산에 이르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최근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된 부산·경남지역 근로자들의 가장 큰 고통은 언제 빈곤층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이미 중산층 붕괴는 시작됐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물결이 밀려오며 우리 사회도 '부의 불균형'이 사회문제로 떠오른지 오래다.

모 취업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과 직장인 10명 중 9명은 '헬조선'이라는 말에 동의하며, 그 이유로 60%가량이 '부의 불균형'을 꼽았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2014년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비중이 절반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40% 소득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3분기 국내 전체 가구 중 월평균 지출 100만원 미만 가구 비율은 13.01%에 달한다. 금융위기 여파로 몸살을 앓던 2009년 3분기(14.0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매달 100만~200만원으로 생활하는 가구 비중도 지난 2013년 1분기 31%대였지만, 최근 36∼38%대로 상승했다. 전국 가정의 절반가량이 한달 200만원 미만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서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은 계속 커지고, 치솟는 물가는 한숨만 키우고 있다.

정부는 올해 근로소득세수가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자랑하고, 기업은 창고에 돈을 쌓아놓고 있다. 기업의 3분기 잉여현금흐름을 보면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118%가 늘어난 55조원에 이른다.

그렇다고 서민을 위로해줄 사회안전망도 튼튼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 아랑곳없이 박근혜 정부의 승자였던 세력들은 기득권을 이어가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노(魯)나라 시절 유래한 이 말은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사납다’는 뜻이다. 가혹한 정치는 백성에게 있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는 고통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다.

조선 숙종시절 전라우도 암행어사였던 조영복이 함평 땅에서 가난한 백성을 강제수탈한 함평현감의 비리를 밝혀내며 이 말을 인용 “가정맹어호가 옛말인가 했더니…” 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 고대시대의 고사성어를 조선시대를 거쳐 30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끄집어내야 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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