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이래 최대 위기, 전경련 '자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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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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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일본 경단련과 함께 10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일 양국 경제인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6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쿠보타 마사카즈 경단련 사무총장,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경단련 회장, 허 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사진=전경련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재계 대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1961년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어버이연합 편법 지원 의혹에 이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에 다시 휩싸이자 여야 정치권은 물론 보수·진보단체에서도 '무용론'과 '해체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기업·공공단체·금융권 등 회원사들은 잇따라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10일 "그동안 누적된 불만에다 이번 사태까지 터지면서 많은 회원사들이 전경련에 적을 둬야 할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작년 말 현재 전경련 회원사는 총 600개. 이 가운데 금융 및 보험업이 52개사, 단체회원이 86개사이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을 포함하면 약 150여개사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이 전경련을 떠날 경우 일반 회원사들의 연쇄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뿐 만이 아니다.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힘을 실어줬던 다른 경제단체들도 등을 돌린 상태다. 당장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회원사 모금 활동 및 사태 발발 후 재단 해체 과정에서 전경련의 행동에 대해 정식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재계 안팎에서는 전경련이 이 지경까지 내몰린 원인으로 회원사들에겐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전경련 스스로는 정부부처, 공기업 못지않은 관료화가 깊게 뿌리박혀 임직원들이 복지부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회원사 고위 임원은 “최근 수년간 전경련 직원들의 태도는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엿보엿다"며 "재계 이슈에 관한 조사연구도 매년 진행하는 것들을 재탕, 삼탕만 할 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의욕이 없어 보인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회원사 관계자는 “2013년 이후 회원사들이 위기를 겪거나 퇴출당하는 등 재계의 지각변동이 일었지만 정작 전경련은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지난해부터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전경련은 이와 관련한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경련이 최근 일련의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조차 의문시된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이 무용론, 해체론을 넘어 자멸의 늪으로까지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난의 화살은 전경련 운영의 실질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이승철 상근부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일련의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전경련 출신 인사는 “전경련 회장은 통상 대부분의 업무를 전경련 임원진들에게 넘기고 대소사만 챙긴다"며 "반면 이 부회장은 자신이 임원시절 했던 업무까지 다 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사가 바쁘다. 임원들이 해야 할 일이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전경련의 현 위기를 구성원들만의 문제로 치부할 순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삼성 등 주요 대기업 오너들이 수시로 불참하면서 조직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렸다는 평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이날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26회 한일재계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났으나 각종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는 “나중에 말씀 드리겠다”며 짤막하게 답했다.

한편 전경련은 그동안 숱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 모금 논란과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비자금 제공,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논란 등이다. 그때마다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사과하며 위기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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