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공룡 CJ③] tvN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왜 닭갈비만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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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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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은하·정진영 기자 = 간접광고(이하 PPL)와 협찬이 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축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광고에서 충당하는 국내 방송계 제작 여건상 PPL은 프로그램의 필요악이다. PPL을 얼마나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느냐는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다.

'문화를 만든다'는 CJ가 보유한 CJ E&M의 콘텐츠 역시 돈의 문제인 PPL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CJ E&M이 신선한 소재로 작품성이 탄탄한 콘텐츠를 많이 선보인 덕에 대중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혹은 애써 외면했지만) CJ E&M의 PPL은 지상파의 그것보다 더욱 거대하고 조직적이다.
 

'또 오해영', '기억', '오 나의 귀신님'(위부터 아래로)에 등장한 LG 휴대폰과 광고전단[사진=tvN 방송 화면 캡처]


◇ 노트북은 삼성, 휴대전화는 LG, 회식은 닭갈비?

CJ E&M 드라마 속 주인공은 공통점이 많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고현정도, '굿와이프'의 전도연도 모두 삼성 노트북을 쓰고 '또 오해영'의 서현진도 '기억'의 김지수도 LG의 휴대전화를 들고다닌다. 고현정이 삼성 노트북의 내구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트북에 물을 끼얹는다거나 집어던지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유가네 닭갈비 PPL은 '대체 CJ E&M은 닭갈비 회사와 언제까지 계약을 한 거냐'는 조롱이 나올 정도로 오랜기간에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지난 2014년 말 방송된 tvN '미생'에서 원인터내셔널 직원들의 단골 회식집으로 등장했던 이곳은 지난 3월 종영한 tvN '시그널'의 장기 미제 전담팀 팀원들의 회식장소로도 기능했다. 유가네 닭갈비 김재원 대표는 Mnet '음악의 신2'에 직접 등장하기도 했다.
 

'미생'(위)과 '시그널'에서 직원들의 회식장소가 된 유가네 닭갈비[사진=tvN 방송 화면 캡처]


◇ '우리 작품 PPL은 우리가 정해!'…PPL도 묶어 팔기?

CJ E&M 드라마를 제작한 바 있는 외주제작사의 관계자 A는 "PPL 사업 권한을 외주제작사와 나누는 여타의 방송사와 다르게 CJ E&M은 권한을 모두 독식한다"면서 "이례적으로 PPL 사업 권한을 일부 가져오더라도 CJ 계열의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을 은연중에 강요받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더라"고 말했다. 이를 테면 커피숍을 배경으로 한 장면은 타 브랜드에서 비상식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한 CJ 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에서 촬영해야한다는 식이다.

아주경제 취재 결과 CJ E&M은 자체적으로 PPL 사업을 전담하는 부서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소수 인원이 CJ E&M이 보유한 18개 채널 프로그램의 PPL에 관여하다보니 '묶어 팔기'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됐다. 서로 다른 색깔의 프로그램들이 같은 PPL을 받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다. 경성오토비스의 자동물걸레청소기가 '오 나의 귀신님'의 레스토랑에도 ‘기억’의 김지수와 '또 오해영'의 서현진의 집에도 구비돼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굿와이프'(위)와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주인공들은 삼성 노트북을 쓴다[사진=tvN 방송 화면 캡처]


부작용은 높아지는 시청자의 피로도 뿐만 아니다.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도 곤혹스럽다. 작품의 색에 맞지 않은 PPL을 받아 울며 겨자 먹기로 작품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A 관계자는 "안그래도 PPL은 '몰입에 방해된다'며 눈엣 가시로 여겨지는데 그마저도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라면 더욱 부각되고 튈 수밖에 없잖느냐"고 하소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외주제작사의 관계자 B는 "무분별하게 받은 PPL을 무조건 작품에 녹여내라고 강요하는 CJ를 보자면 '문화를 만듭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기업이 맞는지 의심된다. 그들에게는 문화보다 돈이 중요해 보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CJ E&M 측은 "자체적으로 PPL 전담 부서를 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업무나 구성 인원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기억', '치즈인더트랩', '미생'에서 CJ 제일제당 음료를 마시는 주인공들[사진=tvN 방송 화면 캡처]


◇ 비비고부터 헛개수까지…CJ 제일제당 제품 천국

이러한 성향은 프로그램이 단순할수록 짙고 노골적으로 변한다. tvN '집밥 백선생'에서 CJ 제일제당의 '가쓰오 우동'을 이용해 요리를 하거나 역시 같은 브랜드의 '더 건강한 햄'을 이용해 소시지 요리를 하는 건 귀여운 수준. CJ E&M 라이프스타일 채널 올리브TV의 요리 프로그램들은 아예 CJ 제일제당의 거대한 광고처럼 보일 지경이다.
 

'오늘 뭐 먹지'에서 비비고 왕교자를 먹는 소유(위)와 다시다 요리수[사진=올리브TV 방송 화면 캡처]


'오늘 뭐 먹지'에서는 지난해 5월 게스트로 씨스타의 소유를 초대해 냉동 만두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였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게스트를 부른 것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신동엽, 성시경, 소유는 냉동 만두를 구워먹으며 "진짜 맛있다", "육즙이 느껴진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방송이 끝난 직후 소유와 성시경이 함께 촬영한 CJ 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 광고가 나갔다.

CJ E&M 산하 레이블 젤리피쉬 소속인 성시경이 CJ E&M 소유 채널에서 방송하는 '오늘 뭐 먹지'에서 CJ 제일제당 제품인 다시다 요리수를 쓰는 것을 보고 있자면 한국 산업 전반에 드리워진 CJ의 영향력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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