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골프장에 잠식된 우리 산하, 군(軍)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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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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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근의 한 골프장 사진. 칼럼 내용과 무관함.[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지난해 11월부터 방위산업비리 정부 합동수사단(합수단)은 △해군 통영함·소해함 사업 관련 비리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 △해상작전 헬기 도입 비리 등을 수사해 전·현직 장성급 11명 등 총 77명을 기소했다. 방산 범죄 비리 액수는 1조원에 달했다.

지난 4월 30일 청주지역 기업체 대표 등 산·학·연 기관장 30여 명은 민·관 유대강화 목적으로 공군 17 비행단 내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다. 당일 오후 6시부터 공관 마당에서 비행단장과 함께 음주를 겸한 만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중 민간인 중년여성이 실수로 전투비행단 초소 문을 통해 활주로에 진입해 있던 약 16분간 청주공항은 항공기 4편의 이·착륙 등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 여성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발표되었지만, 음주측정조차 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음주 골프를 겸한 민간인 초청행사가 잦았던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어 군 골프장 운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방부는 군인들의 체력 증진과 여가 선용을 목적으로 전국에 국방부 4곳, 육군 7곳, 해군 5곳, 공군 14곳, 3군 공동 2곳 등 총 32곳의 군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체력 단련장’은 현역병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실제로 일반 사병은 사용하기가 힘들다. 중령·대령급 이상의 군 간부나 예비역, 그리고 민간인이 주요 이용객인 군 골프장은 매년 200억원이 넘는 순수익을 거두고 있다. 최근 3년간 이용실적을 보면, 군 골프장 이용자 중 현역 이용자는 14∼22.7%에 불과했다. 이용객 대부분이 외부인이지만 군 골프장 신설과 유지 비용에 군인복지기금이 매년 1000억원 이상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군 골프장은 매년 200억원 이상의 순수익을 거둔다.

지난해 말에는 DMZ 수색작전 중 지뢰폭발로 부상한 장병의 치료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반 사병의 복지에 쓰여야 할 수익금의 대부분이 골프장 운영에 재투자된다는 지적도 있다. 군 골프장의 놀라운 발전과 대조적으로 국내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 악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 잠식된 회원제 골프장 수만해도 2015년 말 기준 72개소로, 군에서 운영하는 32개소의 2배가 넘었다.

방산범죄 1조원 이상, 200억이상의 순수익을 거둔 32개 군 골프장, 열악한 사병의 의료시설과 복지 제도, 민간인 여성 운전자의 청주공항 활주로 진입. 이 모든 게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금수강산은 이미 옛말이다.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나 부산 아니 어디를 가도 골프장으로 흉측한 모습을 보게 된다. 골프를 좋아했던 한 교수는 귀국길에 항공기에서 바라 본 골프장 모습에 질려서 골프를 그만뒀다고 고백한다. 우리 산하(山河)가 골프장으로 잠식당하고 있다. 이 작은 나라에 농약 사용, 자연 환경 파괴 등의 주범인 골프장이 이렇게 많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민간 골프장의 대부분이 자본까지 잠식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우리 군까지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까? 어짜피 군인간부조차도 20%밖에 사용안하는 군 골프장을 이번 계기에 최소한의 몇 개만 남기고 정리하면 안 될까? 그리고 그 자리에 사병들과 그 가족을 위한 건강한 복지의료시설을 만들고, 수익금은 군인들의 복리후생과 의료지원을 위한 예산으로 돌리면 안 될까?

* 위 사진은 서울 부근의 한 골프장 사진(본문과 무관)

※ 이 칼럼은 우리 모두가 맑고 밝게 살기 위한 자성과 쇄신 등 공익적 목적으로 전문가와 종교인 등을 포함한 일반 국민의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dogyeom.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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