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24)

혜촌 정재원 정식품 창업자[사진=정식품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973년에 첫 선을 보인 뒤 현재까지 43년간 두유 판매량 1위를 지켜온 ‘베지밀.’

베지밀은 혜춘(惠春) 정재원 정식품 창업자의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와 연구 노력 덕분에 태어났다.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혜춘은 주경야독해 20세에 의사고시에 합격했다. 시험에 합격한 해인 1937년 서울 성모병원 의사가 돼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 의료인으로 주목받았다.

수십년 뒤 그의 인생을 바꾼 사건을 접했다. 뼈는 앙상하고 배만 볼록 솟아오른 갓난아기 환자가 병원을 찾아온 것. 당시 적지 않은 신생아들이 원인도 모르고 병명도 모른채 설사만 하다 죽어갔다.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아프게 남은 혜춘은 의학 선진국으로 유학을 결심했다. 그의 나이 43세, 부양해야 하는 아내와 여섯 남매가 있었다.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그럼에도 떠난 이유는 약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죽어간 아이들을 살려야겠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영국 런던대에서 자료를 찾지 못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UC메디컬센터로 넘어갔지만, 병의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64년 도서관에서 소아과 교재를 읽다 ‘유당불내증’이 소개된 대목을 읽고, 20년간의 궁금증이 풀렸다. 유당불내증은 모유나 우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을 앓는 신생아는 모유나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해 영양실조로 사망에 이른다.

혜춘은 그길로 한국으로 돌아와 우유 대용식을 만드는데 몰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줬던 콩국에서 영감을 얻었다.

콩에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필수 영양소는 들어있지만 유당이 없어 유당불내증을 앓는 아이들에겐 제격이었다. 서울 명동에서 ‘정소아과’를 운영하며 낮에는 환자를 돌보고, 퇴근 후와 휴일에는 아내와 함께 연구에 매달렸다. 꼬박 3년간 연구에 매달린 끝에 콜레스테롤과 유당이 없는 두유를 개발했다.

두유를 제공했더니 병상의 아이들이 기력을 되찾았다. 혜춘은 그 때가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기억한다. 환자들이 몰려 두유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게 되자, 혜춘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두유를 보급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환자를 고치는 일과 회사를 경영하는 이른 다르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56세였다. ‘인류 건강을 위해 이 한몸 바치고저’를 정식품의 창업이념으로 정한 혜촌은 “사회적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성찰이 있어야 기업이 무한경쟁 시대에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성찰이 있어야, 기업이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진정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정식품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젊었을 때부터 노는 날과 일하는 날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스스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습관이 몸에 뱄다. 배움을 통해 도전하는 느낌, 지식이 확장되는 느낌, 그래서 매일매일 나아지는 느낌이 삶의 즐거움이자 삶의 원천이다.”

2015년 8월 혜춘은 세계 최초의 콩세계과학관 건립을 위해 사재 2억원을 내놓았다. 올해로 100세를 맞은 노 기업가는 “뜻을 세웠으면 굽히지 말고, 끝까지 해 봐라. 도전하지 않는 삶은 무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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