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상파 UHD, ‘블록 편성’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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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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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정보과학부장]


저주파수 대역인 700MHz는 고주파보다 도달거리가 길다.

기지국이나 안테나 수가 적어도 전파 전달이 쉬운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이유다.

정부가 이 황금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과 이동통신에 각각 30MHz 폭과 40MHz 폭씩 할당한다. 이동통신이 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에 비해 지상파는 사실상 무료로 이 주파수를 손에 넣은 셈이다.

KBS1·2와 MBC, SBS, EBS 등 5개 지상파 채널은 주파수 할당에 맞춰 올 연말까지 초고화질(UHD)방송 전환 계획을 세울 예정이지만, 지상파 UHD방송을 볼 수 있는 날을 기약하긴 아직 이르다.

반면, 유료방송사들은 이미 양팔을 걷어붙이고 UHD방송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케이블방송과 KT IPTV,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등은 이미 적게는 한 개에서 많게는 세 개 채널까지 UHD 전용 채널을 서비스하고 있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IPTV는 VOD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상파가 UHD방송 상용화를 위해 좀 더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TV 시장을 내준 일본이 UHD 방송시장에서 역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국내 한 유료방송 한 임원은 “최근 국내 유료방송사가 경쟁국 일본에 뒤지지 않기 위해 UHD 방송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 가전업체의 UHD TV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정부와 지상파는 하루빨리 UHD방송 상용화 전략을 담은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고, UHD 망 구축과 콘텐츠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가 지금 당장 모든 방송을 UHD로 전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과거 HD 전환 때처럼 일부 방송을 UHD로 ‘블록 편성’하는 방법이 있다.

지상파는 프라임 시간대 방송 프로그램을 UHD로 편성하고, 정부가 이를 정책적으로 유도·장려한다면 어떨까?

일례로 지난 2009년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HD채널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지상파를 포함한 일부 HD채널을 ‘HD존’으로 묶어 송출했다. 스카이라이프 측에 따르면 당시 지상파 HD채널의 시청률은 SD채널에 비해 하루 평균 3.5배에서 많게는 5.2배까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상파가 UHD를 상용화하려면 무엇보다 유료방송의 도움과 협조가 절실하다. 국내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율이 6~7%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은 기존 HD방송을 UHD로 100% 전환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재송신하고, 전국 UHD방송 실현을 위해 전송망 확충에 좀 더 전력투구 한다면 뜻밖의 상생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UHD 방송 프로그램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선 HD 방송의 6배 이상의 제작비가 필요하다. 국내 유료방송이 눈앞에 보이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UHD 활성화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지상파도 제작·투자의 폭을 넓히고 UHD 대중화에 앞장서야 한다.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주파수는 국민 편익과 직결된다. 지상파가 국가의 공적 자원인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하게 된 만큼 지상파에게 UHD 방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상파가 UHD 조기 실현을 위한 적극적 행보를 보여줌으로써 정부와 시청자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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