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Talk]슬픔의 바다에 빠진 전시장, 심승욱이 데려온 '세월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부재와 임재사이' 조각 설치 네온 전시

[Between Absence and Presence, Installation size variable, Life rings, LED lamps, 2015]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그 참담했던 사건이 전시장에 나왔다.

'세월호'는 슬픔과 동의어다. 배만 봐도 세월호를 떠올릴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에겐 트라우마다. '검은 조각' 작가 심승욱이 그 지점, 슬픈 감정을 다시 일깨운다.

커다란 배는 없지만 참사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주황색 구명보트' 는 울림이 강하다. 손에 닿을듯 말듯하게 걸려있다. 구명보트 아래는 물방울같은 하얀 조명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한다. 펠릭스 곤잘레스의 작품을 오마주 했다는 이 작품앞에 서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조용히 들려오는 노래소리때문이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천천히 부르는 이 노래는 다름아닌 연가. 소풍이나 레크레이션때 손뼉을 치며 신나게 불러제끼던 이 '연가'는 청승맞기 짝이없게 변했다. 이 노래소리 때문에 전시장은 슬픔의 바다에 빠져 있는 것같다.

 "들어보니 가사가 완전히 세월호사건과 같더라고요." 이 노래를 선택한 건 ‘노란 리본’의 의미다. 작가는 "아직 나오지 못한 9명에 대한 기다림”이라며 “노래 잘하는 동료 작가 한정림에게 부탁해 녹음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자본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는 인간의 욕망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쪽 벽면에 영어로 ‘오브 더 캐피털(of the capital), 포 더 캐피털(for the capital), 바이 더 캐피털(by the capital)’이라는 네온으로 만든 글이 붙어 있다.  미국 링컨 대통령이 말한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문구를 ‘자본의, 자본을 위한, 자본에 의한’으로 바꿨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를 생각해보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돈 때문이 아니겠어요?"

 세월호 사건을 다뤘지만 작가는 이 전시가 정치 사회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반대한다. 그럴 의도로 작업한게 아니다. "내용의 핵심은 ‘슬프다’는 겁니다. 사회적 시스템의 오작동이나 정부의 무능함 같은 피상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라기 보다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큰 상실감과 우울함이 있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뉴욕 허드슨강에서 허리케인에 쓸려온 잔해물들을 주워 모아 직접 캐스팅해 작업했다는 심승욱이 잔해물같은 설치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박현주기자 ]

'슬픈 기억이 지나간 자리'를 다시 구축-해체 해놓은 이 전시는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2007년경부터 검은색 재료만을 썼던 그는 이번 전시에 모든 매체(재료)에 관심을 돌렸다.

 "매체 하나를 고집하거나 재료를 하나로 고집하는게 이 나이에서 어울리는가를 고민했다"는 작가는 "방법적인 도전이 쉽지 않지만 슬픔에 대한 테마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검은색과는 상반된 구명보트나 네온사인을 작업했다"고 했다. 새로운 시각적 방법에 접근했지만 형태나 표현보다 그 안에 이야기를 담아 현시대 람들과 '관계의 미학'을 맺고 소통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작가는 아시아 시각예술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푸르덴셜 아이 어워즈'의 지난해 조각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국제미술상인 이탈리아 '아르테 라구나 상'의 올해 수상 후보에 포함됐으며 베네치아에서도 전시를 준비 중이다.

 12일 '부재와 임재사이'를 타이틀로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에서 개막한 이 전시는 '삶과 죽음'의 다큐멘터리영화를 보는 듯 하다. 

 불에 탄듯 '죽음의 도시'같은 레고로 만든 검은 조각(1층)을 시작으로, 세월호의 슬픔을 담은 지하 전시장은 애절하다. '나를 잊지마'라며 깜박깜박하는 형광색 글귀가 잊혀져가는 기억의 스위치를 다시 누른다. 전시는 4월8일까지.020-725-1020

[Object A, 61X56X39cm, polyvinyl acetate resin, wood, acrylic, 2015].

▶심승욱=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하고 2007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M.F.A 과정을 마쳤다. 2005년 아트사이드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지금까지 10회의 개인전과 라운드 업 (서울시립미술관 2013), 아트 인 엠버시스 (주한 미국 대사관저, 2012), 코리안 아이, (런던 사치 갤러리, 2012), 소피아 페이퍼 비엔날레 (소피아 국립미술관, 2011), 괴물 시대 (서울 시립 미술관, 2009) 등의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시립 미술관 신진작가 지원 (2013), 한국 문화예술 위원회 해외 전시작가 지원 (2011), 서울 문화 재단 창작 지원 (2009) 등의 작가지원을 받았으며, 장흥 가나 아뜰리에 (2012),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국제레지던시 (2010), 뉴욕 ISCP 레지던시 (2010) 기간을 거치며 역량을 쌓아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최근 사치 & 푸르덴셜 아이 어워즈 컨템포러리 아시안 아트, 조각부문에서 대상(2014)을 받으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