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만리장성 벽에 부딛힌 한국 해외건설..."금융지원, 시공품질 향상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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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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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빼면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대부분 지역서 중국 저가수주에 밀려 고전

  • 중국, 4조달러 외환보유고로 자국 업체 수주 지원....한국 중견 업체 보증 지원 절실

2013년 국가별 해외건설 매출 현황(단위: 억달러).[자료=ENR(Engineering News Records)]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 700억달러 달성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한국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를 앞세운 중국 건설사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중국 건설사들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자국의 정책적 지원 속에 중동을 제외한 세계 전역에서 한국 건설사를 압도하고 있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중장기적으로 중동 발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건설사들이 아프리카와 동남아, 중남미 등지로 수주 지역 다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과 시공 품질 향상 등 건설사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178개 건설사의 올 상반기(1~6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375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309억달러에 비해 66억1000만달러(21.4%)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유일하게 연간 수주액이 700억달러 넘어선 2010년 상반기 364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토부는 상반기에 올해 목표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달성한 점을 감안할 때 연간 700억달러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이라크 내전 장기화의 파급 효과가 주변 국가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중동 플랜트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전체 수주액의 66%를 차지하는 247억4000만달러를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서 수주했다. 중동지역 수주액은 지난해 상반기 107억3000만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아시아지역 수주액은 62억달러(17%)로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대조를 이뤘다. 지난해 상반기 12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던 아시아지역 수주액은 절반으로 줄었다.

이 기간 수주액이 62억1000만달러에서 1억2000만달러로 급감한 북미‧태평양지역의 수주 사정은 더욱 안 좋다.

해외건설 수주의 지역적 한계는 중동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권역에서 중국과 유럽 건설사들에게 밀리고 있는 매출 구조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의 건설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s)이 지난 8월 발표한 지난해 세계 250대 해외건설기업 매출 현황에 따르면 한국(13개사)의 매출액은 424억달러로 세계 6위에 올랐다.

1위 스페인(13개사) 799억달러, 2위 중국(62개사) 790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매출 규모다.

특히 플랜트 수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동에서 25.8%의 매출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것과 달리, 아시아와 중남미에서는 각각 10%, 3.7%의 매출점유율을 기록하며 5위권 밖에 머물렀다.

반면 중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각각 17.3%, 48.7%의 매출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아프리카의 경우 중국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움켜주고 있는 셈이어서 매출점유율이 4.9%에 불과한 한국과의 격차가 크다.

중동의 경우에도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격이 거세 향후 매출 전망을 낙관하기 힘들다. 한국의 매출점유율이 2012년 29.2%에서 지난해 25.8%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매출점유율은 10.2%에서 16.4%로 상승했다. 2012년 중동 매출점유율 3위를 기록했던 중국은 지난해 미국(9.1%)을 누르고 2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기자재 생산원가나 인건비가 워낙 싸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건설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김원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사업자가 발주를 하면 단순히 시공만 하는 도급사업에서는 가격이 제일 중요한데 가격 경쟁력으로는 노무비 등이 싼 중국을 이길 수가 없다”며 “(중국 건설사와 가격을 맞추면) 계약을 따낸다 하더라도 외화가득성이 떨어져 수익을 남길 수 없고 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건설사들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한 자금 조달 능력과 수출입금융기관의 정책적 지원을 무기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8900억달러에 달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에서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은 나라이고, 우리나라의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같은 수출입금융기관, 정책금융기관도 많이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이 막대한 외화를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건설사들은 정책적 지원 부족으로 입찰 참여 시 발주처에 제출해야 하는 이행성 보증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건설사에 비해 신용도가 낮고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중소‧중견 건설사일수록 애로사항이 많다.

이행성 보증은 건설사가 공사 수행 능력을 금융기관이 보증하는 것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금융기관이 비용을 지불한다. 발주처는 이행성 보증을 확인하고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시중은행은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건설사에 대한 보증을 꺼린다. 일부 시중은행은 보증서를 발급해주면서 과도하게 많은 서류를 요구하고 예금을 담보로 받기도 한다.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시중은행에 비해 보증 기준이 덜 엄격한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상당수는 심사 과정에서 보증을 거부당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 중에서도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해외사업을 할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이행성 보증 문제”라며 “해외 사업자가 발주한 공사는 전부 보증이 붙어야 하는데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설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7일 해외건설‧플랜트 정책금융지원센터 주관으로 열린 ‘해외건설‧플랜트 중소‧중견기업의 수주 확대전략 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거론됐다.

정창구 해건협 금융지원처장은 해외건설 금융지원 방안에 대한 발표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이행성 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사업성 평가 위주의 심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건설 전문가들은 정책적 금융지원과 함께 해외 발주처에 신뢰를 줄 수 있는 품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건협 관계자는 “한국 건설사들은 중동이나 아시아시장에서 오랫동안 많은 성과를 내왔기 때문에 중국 건설사에 비해 가격은 조금 비싸도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시공과 유지 및 보수의 품질을 높이고 공기를 철저하게 준수해 가격 외적인 면에서 한국 건설사들이 우수하다는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민관협력 인프라 개발 사업인 퍼블릭 프라이빗 파트너십(PPP)을 사업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단순 도급이 아니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사업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관이 나가서 판을 짜고 건설사가 공사를 수행하는 PPP사업을 추진한다면 해당 국가의 실질적 성장을 이끄는 동시에 국부 창출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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