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담뺑덕’ 정우성의 메소드 맹인연기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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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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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정우성(41)은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다. 지난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그는 올해로 20년째 한 우물만 파고 있다. ‘본투킬’ ‘모텔 선인장’ ‘비트’ ‘태양은 없다’ ‘유령’ ‘무사’ ‘똥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새드무비’ ‘중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호우시절’ ‘검우강호’ ‘감시자들’ ‘신의 한 수’ 등 수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중국 전통의상까지도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 배역에 빠져들었다. 그런 그가 최초로 치정 멜로 19금 영화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제작 동물의왕국)에서 맹인연기를 펼쳤다.

20년차 명배우 정우성은 메소드 연기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지난달 26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에게 맹인연기의 비법을 물었다.

“먼저 시각장애인 협회를 방문했죠. 제가 맡은 학규 역은 감정선의 밀도가 깊어서 얘기하면서도 맹인연기를 놓치면 안됐거든요. 시각장애인분들을 인터뷰하는 모습들을 유심히 관찰했고, ‘황반변성’에 대해 숙지를 했죠. 동공의 변화도 표현하고 싶었고,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이 보이는 턱이 올라가는 현상도 연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 현상 중에서 몇 개를 선택했죠.”

황반변성이란 눈의 안쪽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 황반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변성이 일어나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정우성은 시선처리를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이 마치 학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전작들에서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고, 그 속에서 ‘정우성이 심학규에 푹 빠져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배우 정우성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마담 뺑덕’은 욕망과 집착에 대한 이야기다. 2일 청소년관람불가로 개봉한다.

정우성이 자신의 처지를 잊고 무리한 약속을 해 딸을 위기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아버지 학규를 연기했다. 학규를 파멸로 몰고 가는 덕이는 배우 이솜이 맡았다.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박소영이 정우성의 딸 청이로 등장한다.

정우성은 옴므파탈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여학생에 대한 성추문으로 학교에서 제적당할 위기에 처한 국문과 교수 학규는 쫓기듯 내려간 지방 평생교육원이 위치한 놀이공원의 매표소 직원 덕이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덕이가 먼저 유혹을 했든, 학규가 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딸까지 둔 유부남이 조카뻘의 여자를 탐하는 것도, 유부남을 사랑해 신분상승을 노리는 덕이 모두가 가해자고 피해자다.
 

배우 정우성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정우성은 학규를 ‘에고(ego)’에 집착하는 인물로 이해했다. 자신의 소설에 있어 창작활동에 집착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쾌감으로 대체한다. 담배, 술, 그리고 여자. 학규는 본능에 충실한 ‘에고이스트’인 셈이다.

“자기를 사랑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학규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 실수를 인정하지 않아 더욱 외로워지고, 이를 더 외면하기 위해 하나에 심취하려는 인물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학규는 덕이를 취했다. 정우성은 이 장면을 위해 전라노출을 감행했다. 완벽한 몸매의 정우성이 커다란 스크린 안에서 보여준 정사신은 영화관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베드신을 위해 오히려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말에서 질투까지 느꼈다.

“국문과 교수라서 몸이 좋은 편은 아닐 것이라는 선입견은 없었다”면서 “그저 슬림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아예 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배우 정우성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상대 배우인 이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신인이라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이라며 “첫 베드신이라 중암감과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잘 이겨냈어요. 꿋꿋하게 해냈지만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 같아요. 이솜 씨가 잘 해내줘 고마웠죠. 더 잘할 수 있는 후배라고 느꼈습니다. 가능성이 큰 배우죠.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좋은 여배우가 나왔는데, ‘마담 뺑덕’에서 보여준 정사신 때문에 계속 비슷한 배역, 비슷한 이미지로 소모시키지 않고 좋은 여배우로 거듭났으면 좋겠어요.”

정우성은 이솜이 갖고 있는 풋풋함과 낯설음에 주목했다. ‘마담 뺑덕’을 보기도 전에 ‘왜 굳이 신인이야’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했다.

이제 데뷔 20년. 정우성에게 올해는 남달랐을 것이다. 아니 연기에 대한 생각만큼은 20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연기자에게 있어 하나의 이미지로만 바라보지 않길 바랐어요. 틀을 만들어 박혀 있고 싶지 않았죠. ‘모텔 선인장’에 출연한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죠. ‘비트’로 청춘의 아이콘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스스로 거기에 도취되지 않으려고 했어요. 개런티를 안 받고 출연하기도 했죠.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매력을 주로 봤어요. 그렇다고 본질적으로 정우성이 갖고 있는 모습을 깨거나 바꾸려는 것은 아니에요. 다양한 표현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로맨틱코미디나 블랙코미디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끝으로 정우성은 ‘마담 뺑덕’을 볼 관객들에게 “재미있게 봐달라거나, 어떻게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각자의 관점에서 각자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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