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중국비즈(12)] ‘혀끝의 안전’ 수호에 나선 중국 …‘유기농’ 매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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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3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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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상하이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제8회 국제유기농박람회에 많은 소비자들이 몰려 유기농식품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반영했다. [상하이 = 중국국제유기농박람회 홈페이지]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식위천(食爲天·음식은 하늘이다)'이라는 말은 음식을 대하는 중국인의 마음가짐과 자국 음식문화에 대한 그들의 높은 자부심을 가장 잘 묘사한 표현 중 하나다. 의식주(衣食住) 가 아닌 식의주(食衣住)의 순으로 삶의 가치를 정의할 정도로 중국인에게 음식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자신들만의 식문화를 갖고 있는 중국인들이 최근 '식품안전'에 눈을 뜨면서 입맛이 바뀌고 있다.

멜라민 분유, 카드뮴 쌀, 독 콩나물, 중금속 채소, DDT(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생강 등 매년 불거지는 식품안전 문제에 자국 먹거리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커지면서 13억 중국인들은 유기농 식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들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대기·수질·토양 환경오염이 보내는 경고 메세지도 중국 소비자의 식생활 패턴 변화를 가속화하는 이유 중 하나다.

1980년대 초반 도입된 중국 유기농 산업은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중국투자고문산업연구센터는 '2010-2015년 중국 유기농 식품시장 투자분석 및 전망예측 보고'를 통해 향후 10년간 중국 유기농 식품 생산면적과 생산량이 연평균 20~30% 증가할 것이며, 중국 전체 농산품 생산면적의 1~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 중국 유기농 식품 생산 규모는 총 248~594억 위안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유기농 식품 소비량은 향후 매년 30~5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007년 11억3000만위안(약 1884억원)이었던 중국 유기농식품 소비량은 내년이면 7.7배 늘어난 87억위안(약 1조4510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러한 추세라면 중국은 향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유기농 식품 소비국에 오르게 된다.

 

매년 중국 유기농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러한 식품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기업들은 너도나도 중국 유기농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국인증인가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4~2012년 기업이 신청한 중국 유기농 인증증서 발행 횟수는 192회, 999회, 2370회, 2688회, 3104회, 4009회, 4810회, 7387회, 9463회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지역별로는 저장(浙江), 헤이룽장(黑龍江), 구이저우(貴州), 산둥(山東), 둥산(東三), 베이징(北京) 등 지역에 소재한 유기농 산업 관련 기업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식품은 크게 50개 항목, 400~500개의 품종으로 분류되며 그 중 식용효모, 채소, 가금 및 목축, 수산양식, 양봉 등 5개 품목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유기농식품 산업의 빠른 성장세는 소비수준 향상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중산층과 관련이 깊다. 실제로 중국 유기농식품 소비군의 85%는 약 3억명의 상류층과 중산층으로서 평균 소득 수준이 높은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广州) 등 1선 도시를 중심으로 두터운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 연간 성장률 30%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보편화되고 있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거래) 시스템 도입을 통한 온라인 농식품 판매의 증가 또한 유기농식품 시장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밖에 '혀끝의 안전' 수호를 통해 위해 식품을 뿌리뽑고 안전한 먹거리 산업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중국 정부의 지원도 국내 유기농 산업 발전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농업투자액은 2011년 6792억4000만 위안에서 2012년 9004억3000만 위안, 지난해 1~11월 1조642만 위안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같은 유기농 식품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을 반영하듯 최근 몇 년 새 중국에서 개최된 유기농 식품 홍보를 위한 국제 행사도 크게 늘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2일에는 상하이국제전시센터에서 '제8회 국제유기농박람회'가 개최돼 수많은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외 300여개 업체가 참가해 채소, 유제품, 차, 잡곡, 유제품, 인삼, 술 등을 비롯한 1000여종의 유기농 식품을 선보였다. 또 유기농식품 카니발, 유기농식품 장터, 유기농 요리 대회 및 시식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유기농 식품 알리기에 나섰다.

▣ 중국 굴지 기업인의 농업경영 출사표...유기농 브랜드화 견인

최근 중국 유명기업 재벌 회장들이 유기농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기업인에서 농업인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중국 각 산업분야의 재벌 기업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딴 유기농 농·축산품을 출시, 적극적으로 '농업경영'에 진출하면서 유기농식품 브랜드화를 앞당기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업인들이 재배한 친환경 농식품은 일반 경쟁식품보다 2~3배나 비싼 가격에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재벌 회장들의 성공적 시장 진출은 엄격한 농산품 관리를 통과한 '안전한 친환경 제품'에 자신들의 이름까지 내걸어 자국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신뢰로 끌어올린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 중국 최대 담배업체 훙타그룹 추스졘의 '추씨 오렌지'
가장 먼저 국내 유기농식품 시장에 진출한 기업인은 훙타(紅塔)그룹의 추스졘(褚時健) 전 회장으로 추 회장은 2001년 오렌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고향인 윈난(雲南)성에 오렌지 농장을 설립한 추 회장은 고향에서 생산한 종묘를 사용한 오렌지를 직접 재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오렌지 생산에 나섰다.

추 회장은 자신의 성(姓)을 딴 '추청(褚橙·추씨 오렌지)'이라는 이름을 내건 상품을 지난해 처음으로 베이징 시장에 출시했고, 대박 판매율을 기록했다.

추 회장이 직접 재배한 '추청'은 세간에 '리즈청(勵志橙·의지를 북돋아주는 오렌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5kg에 128위안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지난해 판매량은 2000t을 초과했고, 3000만 위안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 중국 최대 PC업체 레노버 류촨즈의 '류씨 골드키위'
세계적 중국 PC 제조업체로 알려진 레노보(聯想) 그룹의 모기업인 레전드홀딩스의 류촨즈(柳傳志) 회장은 지난해부터 농업경영사업에 뛰어들었다.

레전드홀딩스 산하 기업 조이비오(JOYVIO) 농업 법인은 지난해 10억 위안을 투자해 블루베리와 키위농장을 설립하고 자체적으로 생산한 친환경 과일과 와인 등을 온라인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류 회장이 출시한 과일은 량신궈(良心果·양심적 과일)로 불리며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최근 훙타그룹의 '추청'과 레전드홀딩스의 간판상품인 골드키위 '류타오(柳桃)'를 세트상품으로 구성해 '추청류타오(褚橙柳桃)'를 출시, 연말 인기 선물세트로 평가 받으며 매진사태를 기록했다.

올해는 과일에 이어 3000만 위안(약 50억원)을 투자해 국유기업인 항저우 룽관(龍冠)찻잎실업유한공사 지분 60%를 매입, 본격적인 차(茶) 산업으로의 진출을 알렸다.

◆ 부동산 거두 소호차이나 판스이의 '판씨 사과'
부동산 거두기업 소호차이나의 판스이(潘石屹) 회장은 자신의 성을 딴 사과 브랜드 판핑궈(潘蘋果·판씨 사과)'를 내놨다.

자신의 고향인 간쑤(甘肅)성에서 재배한 사과를 출시한 판 회장은 본인이 직접 광고 모델로 나서 홍보하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사과 가격은 3kg당 88위안으로 일반사과의 무려 3배에 달하는 가격이지만 대도시에서는 물량이없어서 판매를 못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판 회장은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에서 판핑궈를 각국 기업인·정치인들에게 소개하며 직접 홍보대사로 나서는 등 활발한 농업 경영을 펼치고 있다.

◆ 중국 인터넷 포털 왕이 딩레이(丁磊)의 '양돈사업'
중국 인터넷 포털인 왕이(網易·넷이즈닷컴)의 딩레이(丁磊) 회장은 2009년 양돈사업에 발을 들인뒤 2012년 저장(浙江)성 안지(安吉)현에 1200여무(畝·1무=666.7㎡)의 돼지양식장을 건설하고 가공한 돼지고기로 양돈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9년 식품안전 의식을 높이고 농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양돈사업에 뛰어든 그는 이후 꾸준히 사업을 확장, 현재 양돈장에서 400여 마리의 돼지를 시험 사육하고 있다.

그는 농업대학 교수와 축산연구소 연구원, 양돈업계 베테랑들로 구성된 양돈사업팀을 조직해 믿을 수 있는 안전한 품질의 돼지고기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달 초에는 '건강 돼지고기'를 넷이즈의 온라인게임 프로모션에 활용하는 등 두 사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딩 회장의 돼지고기는 중산층 이상을 타깃으로 하는 고급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중산층 확대 및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 제고는 이러한 사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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