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관 아냐”, 대기업 “책임없다”…애만 태우는 사기분양 피해자들

입력 : 2013-11-26 17:00
신탁회사가 분양 대금 관리, 관련 규제·법규 미흡 지적 피해자 상당수 노후대비 명목으로 퇴직금 쏟아부은 60~70대 시행사, 유령회사와 유사…분양대금도 돌려받지 못해
 

상가 사기분양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피해자들의 소송이 진행 중인 동대문 '맥스타일' 상가.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 사기분양에 따른 소송이 진행 중인 서울 동대문의 '맥스타일' 상가. 사기사건의 피해자는 1700여명, 피해금액은 총 2400억원 규모다. 피해자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허위광고' 관련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시행사인 인텔로그디앤씨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워 분양 대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분양주들은 시공사인 대우건설을 상대로 "대형 건설사의 이름을 보고 믿고 투자했으니 대우건설에도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상가 분양을 둘러싼 '사기분양'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분양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도 손을 놓고 있어 제도적 예방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부동산 관련업계에 따르면 맥스타일의 경우 지하철역이 상가 지하와 직통으로 연결된다는 허위광고가 문제가 됐다. 법원은 광고 이후 지하철역과 상가 지하가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됐음에도 시행사 측이 광고를 지속, 사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고 분양대금 일체와 이자까지 반환토록 판결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신촌 밀리오레 상가 역시 분양대행사의 '경의선 복선화 사업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나 최소 월 280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의 허위광고를 낸 사실이 인정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계약 취소 판결을 내렸다. 또 최근에는 종로에 위치한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분양 사기 의혹과 관련해 르메이에르건설 정경태 회장이 구속됐다. 입주자들로부터 분양대금 등을 받아 신탁회사에 넘기지 않고 가로챘다는 혐의다.

이처럼 상가 사기분양의 피해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가 노후대비 명목으로 퇴직금 등을 쏟아부은 50~70대 서민들이어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의 경우에는 대한주택보증에서 보증하고 표준계약서가 필수적으로 적용돼 대대적인 사기분양 논란이 벌어질 틈이 없다. 그러나 상가 분양은 신탁회사가 준공 전까지 분양대금을 관리만 할 뿐 관련 규제나 법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굿모닝시티' 분양사기 사건 이후 상가 후분양제가 도입됐다. 건축허가를 받은 후 바닥면적 3000㎡ 이상 상가에 대한 분양 시기를 골조공사 3분의 2를 마치거나 신탁 계약 또는 분양보증 등 안전장치를 하도록 한 것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거래계약인 '상가(공동주택 복리시설)분양계약서 표준약관'을 마련했지만 이를 사용하고 있는 현장은 많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가 분양의 경우에는 신탁회사 쪽에서 계약서 양식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미 준공된 이후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국토부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통제가 허술하다 보니 사기 피해를 입은 계약자들은 소송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 판결이 나더라도 시행사 대표가 잠적하거나 시행사 자체가 페이퍼컴퍼니인 경우가 많아 분양대금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우성 기업분쟁연구소 변호사는 "사기 분양 사례들의 경우 대부분 시행사들이 일시적으로 설립된 유동화전문회사(SPC)라 계약취소 및 분양대금 반환 판결이 나더라도 돈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며 "상가와 관련한 사기분양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맥스타일의 경우 시행사를 상대로 승소하고도 분양대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시공사인 대우건설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우건설측은 시공만 했을 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사가 이미 완료된 사항이고 공사대금도 다 받지 못했다"며 "단순 시공만 했을 뿐이고 사기분양에 관여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맥스타일 수분양주는 "우리가 시행사에 대해 얼마나 알겠느냐"며 "시공사가 대형건설사여서 대우건설만 믿고 분양을 받았는데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결국 계약자들만 손해를 보게 된다. 특히 대형 상가의 경우 10~20년 장기 임대분양이 많아 소송을 진행하는 중에도 보증금 일부를 제외한 임대료 명목의 분양대금이 소진되고 있다. 

임대분양의 경우 등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취득세 등의 세금을 내지 않는 반면 개발비 명목으로 보증금 외에 추가로 분양대금을 더 내고 지주세 및 관리비 등의 비용도 납부해야 한다.

결국 현재로선 사기분양 피해자에 대한 제도적 구제가 어렵기 때문에 계약 전에 계약서 및 주변상권, 개발계획 등을 계약자가 꼼꼼히 살펴보는 것만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상가 분양은 아파트 분양과 달리 구좌별로 쪼개서 분양하는 구좌분양이나 등기를 하지 않는 장기 임대분양 등 형태가 다양하다"며 "계약하기 전에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살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와 컴패션의 따뜻한 동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