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일괄약가인하 단행을 계기로 업계 전반의 환경변화가 시작됐고, 제약사 간 기업인수 및 합병(M&A)과 합종연횡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신약개발과 해외진출, 마케팅 확대가 활발히 진행된 반면, 업계의 골칫거리인 리베이트 관련 이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뚜렷한 해결책 제시에 실패했다.
◆약가인하 쓰나미…매출 하락 넘어 고용 감소까지
지난 4월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약품의 가격을 평균 14% 내렸다.
업계는 지난해부터 약가인하에 대비해 다양한 방안 마련에 고심해 왔지만 그 파장은 훨씬 광범위하고 직접적이었다.
실제로 약가인하에 따른 매출하락 요인이 이미 상당부분 반영된 지난 3분기에 조차 주요 상위제약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급감했다.
이 기간 3.2%의 영업이익 상승을 거둔 동아제약을 제외한 유한양행·대웅제약·일동제약 등은 두 자릿 수 이상의 영업이익 하락을 경험해야 했다.
약가인하로 인한 여파는 제약업계 종사자 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9일 복지부가 발표한 '보건복지관련산업 일자리 통계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올 6월 현재 완제의약품 제조업체, 즉 제약사 종사자 수는 2만 3898명에서 2만 410명으로 1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건복지 산업 종사자 수는 11.5% 증가했다.
그간 제약산업이 높은 고용 창출 능력을 인정받아 왔던 것을 생각하면 급작스런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일부 제약사들은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급변하는 업계 환경 변화…새로 넘어야 할 산
업계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변화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약가인하에 따른 매출 감소에 직면한 국내 제약사들은 적극적인 M&A를 통한 미래 전략 제시 및 신성장동력 창출에 나섰다.
또 외국계 제약사들도 국내 중소 제약사 합병과 지분투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업계 1위 동아제약은 내년 3월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했다.
회사를 그룹의 투자사업 및 공통서비스 부문을 전담하는 동아쏘시오홀딩스와 각각 전문의약품과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주)동아와 동아제약(주)으로 나눠 보다 전문성 있는 경영체제를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을 인수하며 2대주주로 올라섰고, 이노셀의 지분 경영참여 목적으로 23.43%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계 제약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국적의 세계 1위 제네릭 기업인 테바가 한독약품과 손잡고 '한독테바' 설립에 합의함에 따라 국내시장 진출이 기정사실화 됐다.
또 미국계 제네릭 기업인 알보젠은 228억원에 근화제약의 경영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국내 한 제약사 임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약가인하와 최근의 M&A 열풍은 더 큰 변화를 위한 시작단계로 볼 수 있다" 며 "내년에 보다 확고한 미래전략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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