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과유불급의 시각으로 본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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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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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훈 한국정책금융공사 실장

논어의 선진편에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뜻을 가진다. 이 의미는 사람의 성품을 평가할 때 뿐만 아니라 경제 문제를 평가할 때도 적용된다. 경제사를 보면 자본가들이 부(富)를 독점하기 위해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극에 달했을 때 이에 저항하는 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공산혁명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변화와 성장을 거듭했지만 그들은 시장기능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시장실패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망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재정위기는 시장경제에서의 금융의 기능을 지나치게 남용된데서 비롯됐다. 예를 들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근본원인은 금융기능을 지나치게 이용한 파생상품의 남발에서 기인한다.

이론상으로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사회주의 국가들이 왜 그렇게까지 경제가 망가지고 동력을 잃어갔던가? 학자에 따라 소유제의 문제, 인센티브 부족 등을 그 원인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체제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룬 중국의 경제성장 사례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안정적 금융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지금까지 개혁개방의 속도를 무리하게 내지 않았다.

금융은 가치저장과 배분 기능을 통하여 몸의 피와 같이 우리 경제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시장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도 수시로 발생한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시장의 기능을 선도하는 것이 정책금융의 역할이다.

경제규모가 커져갈수록 금융의 기능은 과거와 같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 즉 시장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자금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신성장동력산업 등에는 기업가나 금융기관이 모두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금을 공급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과유불급’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책금융기관의 협력과 경쟁도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 때 각 책임을 맡은 정책금융기관은 긴장하고, 더욱 신중한 리스크관리와 함께 적정 자산포트폴리오 구성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지속되려면 기업뿐만 아니라 정책금융기관을 포함한 금융부문 등 각 경제주체의 균형잡힌 시각과 창의적 노력이 함께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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