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확대‥지원이냐 특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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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1-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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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세법개정안 원안 처리 어려울 듯

(아주경제 이상원 기자)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상속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업상속공제 확대방안이 입법과정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중소기업 가업상속 공제율을 40%에서 100%로, 공제한도도 기업규모에 따라 60억∼100억원에서 100억∼500억원으로 확대했다. 또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도 상속 후 10년간 1.2배 이상의 고용을 유지하도록 했던 것에서 1.0배 유지(중견기업은 1.2배 유지)해도 되도록 대폭 완화했다.
 
요건만 갖춘다면 최대 500억원의 재산을 물려받아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방안이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기업들이 가업상속을 지원해 달라며 가업상속 공제 확대를 꾸준히 요구하기는 했지만, 정부가 내어 놓은 방안이 너무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식 가업상속 지원 그대로 적용해도 되나= 정부가 과감할 정도의 가업상속 지원책을 내 놓은 것은 독일식 가업상속모델이 바탕이 됐다.
 
독일은 일정 수준 임금을 유지하면 경영승계를 하더라도 상속공제를 전액해주고 있다. 세법개정안 마련 당시 청와대가 주문한 것도 이와 같은 내용이다.
 
문제는 독일과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와 가업승계문화를 동일하게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성숙한 장인정신과 노하우가 결합된 세계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많아 가업상속을 장려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기술수준 등을 고려할 때 상속세를 감면하면서까지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200년 이상 장수기업 5586개 중 일본은 56.3%인 3146개, 독일은 15.0%인 837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가업상속제도는 임대자산과 투자자산 등 수동자산이 전체 상속대상 사업자산의 50%, 또는 10%를 초과하지 않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전문성과 장인성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우리의 짧은 산업역사를 외국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기업자산 상속 시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업의 요건이 엄격하고, 가업상속에 대한 세제지원 폭이 좁기 때문에 상속세 부담이 독일의 10배, 일본의 4.5배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도덕적 해이 우려까지‥국회 문턱 높을 듯=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확대 방안이 비판을 받는 이유에는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포함된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 가업승계는 기업들의 수명이 짧은 만큼, 지원의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도덕적 해이다. 제도를 악용해 부를 승계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좋지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도록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은 “아버지가 10년만 기업을 운영하면 자식이 세금을 한푼도 안내고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부의 무상이전이다. 공정과세를 주장하면서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가업상속 공제를 확대한 개정세법이 불과 1년 전인 지난해에 바뀌었는데 시행 1년도 되지 않아서 또 공제율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다.
 
정부는 2007년에 1억원이던 가업상속 공제 한도액을 2008년에 30억원으로, 다시 2009년에는 60억~100억원까지 확대하는 세법개정을 실시했다. 이를 다시 최대 500억원까지로 개정하면 2007년 이후 1~2년 단위로 공제규정이 달라지는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2010년 개정된 세법의 개정효과를 제대로 분석할 겨를도 없이 올해 다시 같은 제도를 대폭적으로 바꾸는 것은 법적 안정성이나 조세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간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이 필요하지만 제도 자체가 수시로 바뀌면서 10년간 고용유지 요건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검토조자 어려운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김광묵 기획재정위 전문위원은 지난해 세법개정 직후 국회보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는 대기업과의 비교관점에서 산업정책적으로 접근해야지 조세제도인 상속세를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이번 국회에서 정부안을 반드시 통과시켜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지난 6일 가업상속공제 확대방안 등의 법률개정안을 18대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는 건의문을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 총선까지 18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관련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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