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형의 바이주세계(7)> 진시황의 술 시펑주



(아주경제 한진형 기자) 시펑주(西鳳酒)는 산시(陕西)성 펑샹현(鳳翔縣) 류린진(柳林鎮)에서 생산된다. 이곳은 춘추시대 진(秦)나라 왕인 진목공(秦穆公)이 관할하던 지역으로 시펑주의 역사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기원전 600여 년 전 진목공 제위시절 옹성(雍城)(진나라의 수도이자 지금의 펑샹현) 부근에서 300여 명의 야인(野人)들이 진목공이 아끼던 말 여러 필을 잡아먹은 일이 있었다. 이들은 곧 붙잡혀 압송되었고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이때 진목공은 오히려 이들의 죄를 거두고 군에서 보관하고 있던 ‘진주(秦酒)’를 하사하였다. 말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몸이 상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시간이 흐르고 진(秦)나라와 진(晉)나라가 한원(韓原)에서 전쟁을 벌일 때였다. 진목공은 진혜공(晉惠公)이 이끄는 병사들에 의해 용문산 아래에서 포위를 당하여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 때 별안간 사방에서 ‘야인’들이 나타나 진(晉)의 군사들을 물리치고 진목공을 구하였다. 이들이 바로 진목공이 일전에 술을 내려 죄를 사하였던 야인들이었다.

기원후 25년 7월 진나라는 제(齊)나라를 무너뜨리고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하였다. 이 때 진시황은 스스로 황제에 오르는 성대한 의식을 열었고 이 때 진주(秦酒)가 연회주로 사용되었다. 이로써 진주는 진왕조의 어주(御酒)가 되었다.

진시황의 어주로서 3000년 동안 각종 설화와 함께 흠뻑 취해온 시펑주는 다른 바이주와 차별화된 맛과 양조법을 가지고 있다.

바이주의 다섯 가지 맛이라고 할 수 있는 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향기로운 맛을 다 갖추고 있으면서 이 다섯 가지 맛이 서로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시면서도 떫지 않고 쓰면서도 달라붙지 않으며 향기로우면서도 코를 자극하지 않고 매우면서도 목구멍을 찌르지 않으며 마신 후엔 단맛이 오래도록 감돈다.

시펑주의 이러한 독특한 맛과 향은 시펑주 만의 특별한 발효구덩이와 숙성용기에서 비롯된다. 농향형 바이주의 선두주자인 루저우라오자오의 400년 동안 쉬지 않은 발효구덩이와는 달리 시펑주는 한 번 사용한 구덩이는 두 번 쓰지 않는다. 구덩이를 바꿀 때는 구덩이의 벽과 바닥까지 모두 새로운 흙으로 바꾸어 발효균의 증식을 제한한다.

또한 시펑주는 ‘주하이(酒海)’라는 독특한 숙성용기 속에서 숙성과정을 거친다. 주하이는 나뭇가지로 짠 거대한 바구니로서 양조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점 커져 현재는 50톤의 술을 한번에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싸리나무 가지를 촘촘히 엮어 바구니를 만든 다음 안쪽에 마지를 발라 틈새를 막는다. 마지 위에 돼지피를 바르고 계란흰자, 밀랍, 유채기름 등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바른다. 이것을 건조시키면 거대한 술 항아리인 주하이가 되는 것이다. 주하이 내부의 도료들이 3년간의 숙성과정에서 술과 섞이면서 시펑주만의 독특한 맛과 향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처럼 장향형과 농향형 바이주가 지배적인 바이주 시장에서 독특한 재조법과 오랜 역사로 새로운 갈래를 형성한 시펑주의 가격은 38도 500ml 제품이 중국 면세점에서 228위안에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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