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융권 '퍼펙트 스톰'] 민영화 포기하면 산업·기업은행 합병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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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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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산업은행이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실패한 뒤에도 인수합병(M&A)을 통한 민영화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비롯해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외환은행, 외국계인 SC제일은행, 상호금융기관인 농협, 정부가 주인인 우체국 신용부문 등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의 면면도 다양하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법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의지는 물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인수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산업은행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하반기 금융권 판도 변화를 가져올 변수가 많아 산업은행의 M&A 전망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 국책은행 메가뱅크 탄생 어려워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지난 6월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기업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난색을 표했다.

강 회장은 “기업은행과의 합병이 최선의 선택이지만 중소기업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독특한 위상 때문에 현실적으로 합병안을 제기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강 회장의 우려처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합병은 성사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우선 법적인 걸림돌이 존재한다.

산업은행은 지난 1953년 제정된 한국산업은행법으로, 기업은행은 1961년 제정된 중소기업은행법으로 각각 관리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설립 목적은 산업의 개발과 국민 경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 산업 자금을 공급·관리하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법에 따라 중소기업의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경제적 지위 향상을 꾀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두 은행을 합치려면 법을 대폭 개정하거나 새로 제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지원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은행법을 쉽게 폐기할 수는 없다.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기업은행을 그대로 산업은행과 합칠 경우 중소기업 지원 기능 때문에 완전한 민영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담당할 기관을 별도로 설립하고 나머지 업무만 산업은행으로 이관하기도 어렵다.

당장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이해관계자들의 격렬한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산업은행을 국책은행으로 잔존시킬 경우에는 기업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을 민영화하지 않으면 기업은행과의 합병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주식을 합친 후 정부가 50% 이상을 보유한다면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시장 전문가들도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처음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할 때는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을 지향했다가 금융위기 이후 상업투자은행(CIB)로 방향이 바뀌는 등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철학과 비전 없이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정책금융 재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한림대 교수는 “금융지주회사 설립 및 발전은 민간의 몫”이라며 “정부는 산업은행의 정책 기능을 강화하고 나머지 계열사는 매각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 시장 상황 따라 M&A 전략 바뀔 듯

산업은행의 잠재적 인수 대상으로 꼽히는 곳은 기업은행 뿐만이 아니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대상은 외환은행이다. 외환은행 노조도 산업은행과의 합병에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끌어안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11월까지 지분인수 계약 시한을 연장했다.

이번 기회에 외환은행을 정리하겠다는 양측의 의지가 확인된 결과다.

수출입은행이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 6.25%에 대해 태그얼롱(매도참여권)을 행사키로 결정한 것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심리를 진행 중인 법원은 이르면 오는 25일 최종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황상 론스타의 유죄 판결이 유력하며 이럴 경우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지분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이미 지분인수 계약을 맺은 하나금융 측에 지분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SC제일은행 포기 가능성, 우체국 신용부문 민영화 가능성 등 산업은행의 M&A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설(說)들이 난무하고 있다.

해외 은행 M&A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

산업은행 경영진의 M&A 추진 의지도 여전하다.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지난달 27일 반기 실적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체 점포 확대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회가 되면 M&A를 계속 시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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