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덕형의 세상 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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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0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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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 짝퉁 저가항공사 파산, 남의 일 같지 않다

이덕형 산업팀장

Western Pacific AIR는 지난 1994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최저요금을 지향하며 설립됐다. 저가항공사를 표방했기에 초반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당시 경쟁노선을 운영하던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켈러허 회장은 "미친 카우보이 놈들"이라는 소리를 할 정도로 WP항공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혀를 내둘렀다.

WP는 사우스웨스트항공과 같은 보잉737-300 기종을 집중적으로 도입해 운영했으며, 기내 메뉴와 냅킨, 심지어 FUN 경영을 따라해 카피 캣(짝퉁)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었다.

짝퉁 항공사는 2년 만에 순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했고, 일부 노선에선 SW항공을 위협했다. 하지만 짝퉁 항공사는 설립 4년 만에 파산했다.

WP의 파산 소식이 알려지자 SW항공의 허브 켈러허는 "우리를 벤치마킹한 회사가 파산을 했으니 우리도 파산을 해야 하나"라고 농담을 했다고 한다.

허브 켈러허 회장은 "벤치마킹 시도는 좋았지만 SW항공보다 앞서는 새로운 경쟁력을 갖지 못해 파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저가항공사의 경쟁력 역시 WP항공과 같이 시계 제로(0)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국내 저가항공사들 모두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들 저가항공사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①보잉737-800기종 지향 ②동일한 음료 서비스 ③김포~제주 노선 수익기반 ④동남아 노선 선호 ⑤중국·일본 노선 진출 ⑥비슷한 항공요금체계 ⑦대형항공 출신 임원진 등 서로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한 형태로 경쟁하고 있다.

동남아 저가항공사들은 최근 SW항공의 교과서를 탈피해 자사의 경쟁력에 맞게 변신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장거리 전문 저가항공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쟁사인 에어아시아그룹 장거리 항공사의 놀라운 성장 때문이다.

반면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색깔만 다른 동일한 수익모델의 우산을 쓰고 비를 함께 맞으며 걷고 있다. 지난 2000년 당시 독일에는 13개의 저가항공사가 난립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WP와 같이 모두 몰락하고 3개사만 간신히 살아남았다.

저가항공사의 대표주자 에어베를린 역시 성장을 멈추면서 강력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국내 저가항공 업계가 B737-800기종을 갖고 180석을 고집하는 사이에 동남아 저가항공사들은 대형 기종의 300석 좌석을 갖고 동남아는 물론 유럽 시장과 한국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짝퉁 저가항공사의 파산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국내 저가항공사의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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