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하다 사고로 침몰한 어선 98금양호 사건 1주기를 맞아 2일 오전 인천시 중구 항동 역무선부두 바다쉼터에서 98금양호 희생자 위령탑 제막식을 가졌다.
위령탑은 98금양호 돛대를 상징하는 7.5m 높이의 주탑과 2개의 기단으로 구성됐으며 주탑을 중심으로 오른쪽 기단에는 애타는 심정의 유가족을 형상화한 모녀상이 세워졌고, 왼쪽 기단에는 사고 경위와 희생자 명단을 새겼다.
유가족들 중 일부는 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흐느끼기도 했다.
고(故) 허석희씨 어머니 백영임(54)씨는 “1년이 지났지만 아들 나이 또래 청년들이 지나가는 것만 봐도 눈이 크게 떠진다”며 “아들 모습을 딱 한번만 보고 싶은데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 버렸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막 행사 내내 눈물이 끊이지 않았던 고(故) 이용상씨 이모 김옥순(69)씨는 “조카가 고생만 하고 살다가 세상을 떠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그동안 슬픔을 많이 이겨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오니까 다시 눈물이 난다”라고 말했다.
이원상(44) 희생자 가족 대표는 “1년이 흘렀지만 희생자들을 위해 한 일이 위령탑 하나 세운 것밖에 없다”며 “정부의 부름을 받고 갔다가 희생됐는데도 의사자 지정, 국립현충원 안장 등의 요구사항들은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라며 불만을 토했다.
제막식이 끝나고도 가족들은 위령탑을 둘러 보느라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가족들은 오는 4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98금양호 희생자들의 의사자 지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98금양호는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해역에서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했다가 조업현장으로 돌아가던 중 대청도 서쪽 56km 해상에서 캄보디아 화물선과 충돌, 침몰해 탑승선원 9명 중 2명은 숨졌고 7명은 실종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 희생장병 이상으로 그 뜻을 기리고 영예로운 대우를 해야한다”며 계류돼 있는 의사자 지정 개정법 처리를 촉구했다.
천 최고위원은 “금양호 선원들은 희생 장병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아무런 이익도 생기지 않는 일을 오직 의로운 뜻으로 행하다 희생된 그야말로 의사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희생자 유가족 30여명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송영길 인천시장, 모강인 해양경찰청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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