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건너 술집·모텔이…대학가? 유흥가?

  • 신촌역 일대만 1000여곳 성행…면학·낭만 분위기 사라져

26일 신촌역 인근 모텔촌. 57개의 숙박업소가 밀집해 있는 이곳은 주위에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이 있다.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최근 10여년 사이 국내 대학가가 낭만은 사라지고, 유흥업소 천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 서점과 독서실 등 면학시설과 낭만의 공간 선술집이 빼곡했던 지역이 2000년대 들어 개발의 붐을 타고 고급 유흥주점이나 모텔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2시 서울 신촌역. 3번 출구를 나와 골목으로 들어가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여 커플이 모텔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또 책가방을 메고 모텔 사이를 오가는 젊은 커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속칭 신촌역 모델촌의 금요일 오후 모습이다.

같은 날 저녁에 찾은 성동구 건대입구역. 술집과 음식점이 밀집돼 있는 거리로 들어서자 울긋불긋 네온싸인의 향연으로 눈이 피곤할 지경이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술집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고, 취기가 오른 이들 사이에서 나오는 고성도 가끔씩 들려왔다.

대학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모습이다. 서점이나 독서실 등 면학시설이 아닌 고급 술집과 모텔 등에게 대학가가 점령당하고 있다. 즉 면학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유흥업소 천국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27일 각 구청에 따르면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등이 밀집한 신촌역 일대(서대문구 창천동)는 일반음식점 1013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숙박업소도 57개나 된다.

건국대와 세종대가 있는 건대입구역 주변 광진구 화양동에는 일반음식점 758곳, 숙박업소 40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다른 대학가 역시 비슷하다.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역 주변에는 일반음식점 1182곳이 몰려 있고, 숙박업소만 52곳이다. 중앙대와 숭실대가 가까운 동작구 흑석동은 일반음식점 330여곳이 영업을 하고 있고, 이 중 100여개가 중앙대 인근에 몰려 있다.

신촌역 인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A씨는 "찾는 손님을 보면 직장인과 대학생이 반반 정도"라며 "모텔간 손님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김용현(28·중앙대 전자전기학과 4년)씨는 "시험기간에는 학교도서관 좌석 확보가 쉽지 않아 불편한 점이 많다"며 "그렇다고 학교 인근에 마땅한 독서실이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학가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대학 주변에 '캠퍼스타운'을 조성해, 유흥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대학가를 낭만과 면학분위기 공존하는 거리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또 대학가 주변지역을 재개발하거나 재건축 할 때 기숙사나 연구시설, 공연장 등을 짓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학 문화시설을 지역주민에게 공개하고, 반대로 대학 주변의 문화시설을 대학이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대학과 지역사회가 '윈윈'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학가라고 해서 유흥주점이나 모텔 등의 허가를 금지하는 것은 현행 법률상 쉽지 않다"며 "다만 지금처럼 유흥업소가 난립하도록 방치하기 보다는 각종 문화시설이 공존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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