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경제·산업 분야 시너지 창출 가능"

  • ■정병국 국회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정병국 문방위 위원장은 "미술시장이 발전하면 경제와 산업도 성장한다"고 말한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1990년 1월. 3당(통일민주당·민정당·공화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출범하던 날. 당시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비서관을 지냈던 정병국 위원장은 여의도로 당사를 옮기기 위해 이삿짐을 싸고 있었다. 평소 도자기·서예 등 많은 미술품을 갖고 있던 김 총재는 비서관에게 "하나 골라 잡으라"고 했다. 정 의원은 얼떨결에 그림 하나를 집었다. 바로 중견작가인 황영선 씨의 작품이었다. 이후 이 그림 하나가 정 의원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바로 '미술 애호가'라는 운명말이다.  

정병국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위원장은 미술계에서는 소문난 인사다. 사실 미술계 뿐만 아니라 예술계 전반에 걸쳐 '발로 뛰는' 의원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무엇보다 그는 미술을 사랑한다.

최근 종합편성 기본계획안, 인사청문회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를 지난 25일 국회 문방위원장 사무실에서 만났다.

"막상 그림을 갖게 되니까 '이게 얼마나 할까'라고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여기저기 물어 정보를 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생겼죠."

실제로 그는 얼마전 '설악산 그림'으로 유명한 원로화가 김종학의 그림을 구입했다. 부인과 논의 끝에 벽걸이 TV 대신 그림을 구입했다는 것.

그는 가장 먼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술품 양도세 부과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양도세 부과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 시행된다.

"유보가 아니라 전면 텍스 프리(tex free)가 이뤄져야 합니다. 세수확대라는 기본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죠. 미술시장에서 양도세 거둬봤자 최대 20억원 밖에 안됩니다. 20억원 걷자고 미술 시장 침체시킨다는 게 말이 됩니까. 현재 의원들과 힘을 합쳐 정부와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정 위원장은 무엇보다 미술 시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컨센서스)가 그 어느때 보다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미술품 구입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었습니다. 더군다나 기업인들의 수요가 뚝 끊겼죠. 이는 미술을 단지 '미술 거래'차원으로만 보기 때문입니다. 미술이 망하면 산업도 망해요. 미술이야말로 경제 및 산업 분야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는 2004년 개관한 일본 나오시마 지중(地中)미술관과 니카타 현에 위치한 에쯔코쯔마리를 예로 들었다.

"나오시마 지중미술관 오픈 당시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기행문도 썼습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내 글을 보고 다녀왔다고 해요. 특히 니카타 현의 경우 섬 전체를 미술관으로 삼았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폐교나 계단식 논에 직접 미술작품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베네스 재단의 후쿠다케 회장은 미술산업을 끌어들이면 젊은 여성도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남성도 유입될 거라고 얘기했죠.(웃음)"

불과 20년 전만 해도 폐허였던 나오시마섬은 '예술의 섬'으로 변신한 후 연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명소가 됐다. 정 위원장은 현재 이를 벤치마킹해 표미선 한국화랑협회 회장과 함께 경기도 양평에 예술특구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평은 현재 500~600명 정도의 화가들이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인적 인프라가 구축돼 있습니다. 상수도보호구역이기도 하고 수도권에서 접근도 용이하죠. 갤러리를 세워서 장기 임대하고 근처에 거대 미술 장터를 세우는 등 양평을 예술특구로 조성할 생각입니다. 미술을 단순히 거래 차원에서만 보면 안됩니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기적 콘텐츠로 봐야 합니다. 세계적인 미술 장터가 생기면 하이퀄리티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의료관광 및 마이스(MICE, Meeting·Incentive·Convention·Exhibition) 관광객도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미술과 산업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주장하는 그는  '한 집 한 그림 걸기' 운동을 시작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부속실장을 할 당시, 영부인께서 미술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고민하다가 전시회를 개최하게 됐죠. 당시 여러 화랑들이 제 가격보다 싼 값에 그림을 내놓고 또 구입하게 됐습니다. 5년 정도 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정 위원장은 기자를 대·소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에는 배병우와 도성욱 작가의 사진작품이 걸려있었다.

"너무 좋지 않나요. 위원회 회의 때마다 의원들이 한번씩 감상하고 갑니다. 국회에서 이렇게 그림이 걸려있는 곳이 없어요. 국회건물이 보다시피 딱딱합니다. 앞으로 사무실 앞 복도를 갤러리삼아 그림을 쭉 걸 생각입니다.(웃음)"

△정병국 국회의원은···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졸업
-1993~1997년 대통령 비서관
-전 한나라당 새정치 수요모임 대표
-전 제17대 대통령선거 이명박후보 선대위 미디어홍보단장
-전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전 한나라당 서민행복 추진본부 본부장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현 국회의원(16·17·18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현 민화협 공동상임의장
-현 국회 에너지·식량자원포럼 대표
-현 국회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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