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해림 기자) 최근 헐리우드 영화 ‘인셉션’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꿈 속으로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특수요원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세계적인 기업간의 싸움에서 생각을 심는 기술인 ‘인셉션’을 이용하려 한다. 억울한 누명으로 국제 수배자가 됐던 코브가 이 게임에서 이겨야만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내용과 결말, 영상 감각만큼이나 눈길을 끈 것은 우리나라 기업 간접광고(PPL)였다. 시작 부분에서는 고층 건물 사이에서 삼성 로고가 등장하고, 2단계 꿈으로 들어간 이후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노출된다. 헐리우드 굴지의 영화제작사 중 하나인 워너브라더스의 영화에 국내 기업 로고가 몇 분씩 등장한 것만으로도 우리 기업의 세계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최근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두 기업 모두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치를 기록했지만 실적 모멘텀이 끝나자 삼성전자는 70만원대로, 현대차는 13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모두 실적을 발표한 7월 말~8월 초보다 10% 이상씩 빠진 것이다.
원화 강세와 중국시장 영향 등 외부 요인 탓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 7월 현대차 중국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둔화됐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고, 수출주들이 잇따라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도 15거래일 만에 80만원대가 다시 무너졌다.
세계 주요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겹쳐 대형 시가총액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주가는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외 증권사의 투자자들에 대한 ‘매수 인셉션’은 통하지 않은 셈이다. 증권가는 낙폭이 더 이상 크게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우려되는 것은 주가 하락으로 조바심 난 투자자들의 성토다.
한 투자자는 “중소형주도 아니고 불과 2주 만에 10%가 넘게 빠지다니 말이 되냐”며 “지금이 바닥이라는 연구원들의 말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굳이 영화 속 PPL을 보지 않더라도 세계 시장에서의 성장세와 점유율 확대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만큼 우리나라를 이끄는 대형주에 대한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증권가는 “현대차의 글로벌 공장은 완전 가동을 유지하고 있어 올해 사상 최대 순이익 달성을 기대하고 있고, 이달 말부터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 개선으로 정보기술(IT)주도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설립 이래 매년 40%의 수익을 거두는 사모투자파트너십 고담 캐피털의 설립자인 조엘 그린블라트도 그의 책에서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우량한 기업’, ‘매력적인 가격’을 모르기 때문에 투자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심’이 없어 성공하지 못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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