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지수연동예금(ELD)과 같은 파생 및 준파생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이 같은 경영행태가 은행의 경쟁력 제고 및 기업 경영에 도움이 안 되며, 금융당국이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ELD 상품 발행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통계수집에도 소홀한 상황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난달에만 10개가 넘는 ELD 상품을 출시하며 파생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11월 말 현재 총 7700억원의 ELD를 유치해 지난해 말 대비 2배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말보다 5000억원 많은 1조3000억원을 모집해 운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ELD에 열중하는 것은 금융위기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2%대 후반에서 3%대를 넘나들었으나, 올해 은행들의 NIM은 1%대에서 2% 중반에 머물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들이 그동안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우량자산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왔으나, 정부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로을 주 수익 창출원을 잃어버렸다.
실제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8월 2조7894억원 늘며 전월의 3조3549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6000억원 가까이 축소됐다. 지난 7월에 이은 2개월 연속 하락세로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2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과 대출을 늘려 수익을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또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기업들의 투자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심리가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주 수익원이 실종됐다고 ELD와 같은 준파생상품에 집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기업들의 장기 경영성과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문제가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기본적으로 은행들이 자기 수익을 높이기 위해 파생상품을 파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은행의 공적인 기능을 봤을 때 대출보다는 파생상품 투자 확대에 집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경영 행태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 ELD 상품의 약관만 심사하고 있는 상황으로, 상품구조 및 발행횟수, 모집금액에 대한 정보 수집 및 관리는 일절 안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은행서비스 총괄국 관계자는 "ELD는 약관만 심사하고 있는 상황으로 기타 정보는 업무보고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기본적으로 예금자보호가 되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심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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